변호사 자격없이 법률사무 취급 법대교수 소송당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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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변호사 자격이 없는 유명대학의 법대 교수가 상속협상에 관여해 거액을 받았다가 소송에 휘말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미국인과 혼외로 아들을 낳은 A씨 (여)가 아이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받게 해달라며 B교수를 만나 소송이나 협상 등 업무를 맡아달라고 위임계약을 한 것은 86년. 아이 아버지는 85년 숨졌고 미국에 두 딸이 있었다.

A씨는 계약서에서 재산의 75% 이상을 받으면 이중 절반을, 10% 미만을 받으면 전혀 안주기로 약정했다.

B교수는 미국에서 딸들 변호사와 협상 끝에 87년 두 딸의 변호사 비용 7만달러를 대신 지불하는 조건으로 신탁재산의 3분의 1 (22만달러) 을 받기로 합의했다.

A씨는 이에 따라 미국 은행에 요청서를 보내 아들 몫의 3분의 1인 7만3천달러 등 총 8만여달러를 B교수에게 지급토록 했다.

그러나 A씨측은 지난해 "B교수는 변호사가 아니니 돈을 받을 수 없다" 며 1억원을 돌려달라고 국내 법원에 소송을 냈다.

서울지법 민사17부 (재판장 全孝淑 부장판사) 는 10일 "변호사가 아닌데도 신탁재산에 관한 법률사무를 취급해주고 원고로부터 대가를 받기로 한 위임계약은 무효" 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가 국내 변호사도 선임하는 등 변호사 아닌 사람과의 계약이 금지된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나중에 불법을 원인으로 반환하라는 것은 법률상 허용될 수 없다" 고 판결했다.

B교수는 "변호사 업무가 아닌 도움을 주는 역할뿐이었던데다 미국에서 이뤄진 일인 만큼 국내법 위반이 아니다" 고 주장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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