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품고 떠난 무바라크…한국기업들 투자약속에 만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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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무뚝뚝한 표정이 트레이드 마크인 무하마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11일 오후 서울공항을 떠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우리측 관계자는 "어느 정도 경제적 실리를 챙겼기 때문" 으로 해석했다.

2박3일간의 방한을 통해 그는 적자가 쌓여 골칫거리였던 아무리아 국영방적공장에 갑을방적의 투자를 약속받았다.

대우.LG 등 한국 기업들의 대 (對) 이집트 투자에도 물꼬를 텄다.

대우그룹은 알렉산드리아 조선소에 기술협력.합작경영을 약속했다.

한.이집트 양국은 또 지난해 8억6천만달러였던 교역 규모를 올해 10억달러 이상으로 늘린다는 데 합의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일본행 비행기 안에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대통령과 한국 국민의 환대에 감사한다.

양국간의 협력증진을 위해 상호 우의를 증진시키자" 는 내용의 전보 메시지를 보냈다.

"외교관례상 상당히 이례적인 메시지" 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실리를 안겨주는 대가로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끌어냈다고 자평하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9일 金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남북한 사이의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할 것" 이라는 뜻을 피력했다.

10일 김종필 (金鍾泌) 총리와 만나서도 "한국의 포용정책을 적극 지지한다" 고 재삼 다짐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이런 의지는 한.이집트 외무장관 회담에서 그대로 확인됐다.

홍순영 (洪淳瑛) 외교통상부장관과 아무르 마흐무드 무사 이집트 외무장관은 회담이 진행된 1시간 동안 이집트가 남북한 중재자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아주 구체적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사 외무장관은 모든 외교적 수단을 다해 북한측에 한국측 진의를 전달하겠다고 다짐했다.

메시지 전달방법.시기와 관련, "카이로에 돌아가 절차를 밟아 추진하겠다" 는 말로 무사 외무장관이나 무바라크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 지도자간의 친분이 돈독해진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이는 앞으로 양국이 경협과 외교적 공조를 해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우리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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