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2與 공조체제… 깊어진 불신 봉합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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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7 항명' 은 국민회의와 자민련 사이에 회복하기 어려운 '불신의 상처' 를 남겼다.

국민회의 밑바닥에는 " '내각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는 JP측의 시위 아니냐" 는 의혹이 짙게 깔려 있다.

이에 김종필 총리는 단호하게 "내각제와 반란표를 연결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고 못박고 있다.

자민련 핵심들은 "그런 식으로 책임을 덮어씌우면 정말 한바탕 붙을 수밖에 없다" 며 국민회의측 동향을 주시한다.

내각제 문제를 둘러싼 2여 (與) 의 갈등은 그동안 자민련이 공격하면 국민회의가 방어하는 양상을 띠어 왔다.

특히 8일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으로 지명된 김영배 부총재의 합당론은 그런 분위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자민련은 합당론을 내각제를 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金대행지명자는 8일 오전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 (자민련과의) 합당이 필요하다. 해내고 말 것" 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평소 소신인 합당론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불과 몇시간 뒤에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대행으로 지명됐다는 점 때문에 결코 간단치 않은 '돌출사건' 이 되고 말았다.

자민련은 즉각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김종필 총리는 金대행지명자의 발언을 보고받고 '허허' 웃으면서 어이없어했다고 총리실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徐의원 체포동의안 부결로 여권공조의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할 때에 합당얘기를 꺼내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으며 공당을 두고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총리의 기본 인식을 반영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김용환 (金龍煥) 수석부총재는 "서로 다른 이념의 정당이 정책연립을 하는 공동정권의 속성을 잘 모르는 사람의 실언" 이라며 불쾌해 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국민회의 대변인실은 합당 관련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해당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金대행지명자가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사실이 없으며 다만 평소의 소신에 변함없느냐는 질문에 "희망사항이다. 그렇게 되면 좋지" 라고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응대를 했다는 것이다.

金대행지명자 자신도 저녁늦게 자택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 자신의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합당론과 관련한 발언은 대행으로 지명되기 이전에 희망사항을 얘기한 것" 이라며 "지명된 이후에는 책임있는 위치에 있으므로 언행이 달라져야 하며 지금은 입장이 달라졌다" 고 밝혔다.

청와대와 당.본인의 적극적인 진화 노력으로 합당론 발언의 파문은 일단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날 발언은 국민회의내 상당수 의원들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어서 이로 인한 2여간 갈등은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군다나 양당간에는 내각제 문제라는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하경.전영기.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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