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후송비 타내려 툭하면 119…소방서만 골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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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전북전주 완산소방서는 지난달 26일 오후 8시쯤 朴모 (47.전주시완산구효자동 A아파트) 씨가 복통을 호소하며 119구급차량을 보내줄 것을 요구, 朴씨를 인근 병원으로 후송했다.

구급차량이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朴씨는 환자답지 않게 태연히 걸어 나왔으며, 병원 진찰결과도 저녁을 먹은 것이 체한 것으로 밝혀졌다.

완산소방서는 다음날 朴씨로부터 보험회사에 제출할 119구급차량 이용증명서를 발급해 줄 것을 요청받았다.

朴씨가 직접 병원에 갈 수 있는 데도 구급차량을 이용한 것은 상해보험금 10만원을 받기 위해서였다.

일부 보험사들이 119구급차량을 이용할 경우 후송비 명목으로 10만~2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을 내놓자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이를 악용하는 보험가입자들이 늘면서 소방서들이 골탕을 먹고 있는 것이다.

전북의 경우 이같은 보험상품이 나온 97년 말부터 지난달까지 발급된 구급차량 이용증명서는 1천5백43건으로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8백48건 (54.9%) 이 보험회사 제출용이었다.

특히 지난 한햇동안 4백43건이던 보험사 제출용 구급차량 이용증명서 발급요구가 올들어서는 지난달 말까지 2백2건이나 된다.

전북소방본부의 한 관계자는 보험사 제출용으로 발급한 구급차량 이용증명서 가운데 40% 정도는 중환자가 아닌 몸살.감기.복통 등 경미한 환자들이라고 밝혔다.

이경희 (李敬熙) 전북소방본부장은 "이로 인해 가뜩이나 인력.장비가 부족한 일선 소방서들은 정작 사경을 헤매는 환자를 구조하지 못하는 등 업무에 많은 지장을 받고 있다" 며 "이같은 보험상품을 없애줄 것을 행정자치부에 건의했다" 고 말했다.

전주 =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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