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질 수만 있다면
펑크 난 바퀴와 차의 핸들
그로 인해
잘 굴러가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폐차가 되고 싶다
부서지는 것들 속에서
어딘가가 좀 부서지는 것은
하나도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는
폐차가 되고 싶다
될 수 있는 대로 더 많이 망가진
- 최재목 (崔在穆.40) '나는 폐차가 되고 싶다' 중
80년대 후반 시를 발표하게 된 사람이라면 아직도 신인냄새가 나겠다.
그런 싱그러운 시인의 첫 시집 '나는 폐차가 되고 싶다' 의 표제는 문명 속의 어떤 잔해를 만나게 한다.
지난 시절 랭보가 노래했다.
'오 계절이여 성이여/상처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라고. 이 주자학의 '반동' 인 양명학에 젊은 날을 바치고 있는 소장 철학자가 불현듯 시인의 얼굴로 나타나서 부서지는 것에 대한 인간의 경험적 고백을 보여준다.
꽃이 되고 싶다기보다 더 꽃인듯 아름답고 참되다.
고은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