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유도샛별 죽음부른 체중감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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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시합을 이틀 앞두고 무리하게 체중을 빼던 국가대표급 고등학교 여자 유도선수가 숨졌다.

지난달 28일 오후 10시쯤 경기도화성군비봉면 비봉종합고 체육관에서 이 학교 유도선수 李모 (18.3년) 양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10시간 만인 이튿날 오전 8시쯤 사망했다.

李양은 이불을 덮어쓴 채 혼수상태로 코치 趙모 (26) 씨와 동료들에 의해 발견돼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깨어나지 못했다.

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몸무게가 77㎏이던 李양은 지난달 30일부터 4일 동안 전북익산에서 열리고 있는 전국중.고교 춘계 유도대회 70㎏급에 출전하기 위해 15일 전부터 체중을 줄여왔다.

李양은 지난해 말부터 하루 12시간 이상씩 겨루기와 웨이트 트레이닝 등 강훈련을 해왔으며, 최근에는 감량을 위해 식사를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 결과 李양은 사고 당일 땀을 내기 위해 1시간30여분 동안 체육관을 뛰고 난 뒤 이불을 덮어 쓰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李양은 지난해 전국고교 유도대회 및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여자 유도계의 차세대 유망주로 손꼽혀 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측으로부터 李양이 열사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며 "10일후께 정확한 사인이 밝혀질 것" 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코치 등 학교 관계자들이 춘계 유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李양에게 무리한 운동을 시키거나 체중감량을 강요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 이라고 밝혔다.

화성 = 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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