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광고비주얼로 본 청바지 트렌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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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속에 개켜 있는 청바지 수를 세어봤다. 20개. 그중 현재 자주 입는 걸 세어보니 기껏해야 5벌. 20개의 청바지를 모두 활용할 수 있다면 매일매일 옷차림이 버라이어티해지겠지만, 그건 사실 무리다. 바지의 전체 길이,허벅지부터 다리 끝까지 이어지는 바지 선의 각도, 밑위길이, 그리고 워싱과 소재, 컬러까지. 아주 작은 디테일이지만 매년 청바지는 조금씩 변화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당시 클라우디아 쉬퍼, 드류 베리모어, 에바 헤르지고바가 입은 청바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모르면 아는 척이라도 해야 했던 트렌드 중의 트렌드가 바로 삼각형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게스의 트라이앵글 마크였으니까. 게스의 섹시한 이미지를 가장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클라우디아 쉬퍼, 마릴린 먼로의 관능을 연상케 하는 에바 헤르지고바, 반항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이 넘쳤던 드류 베리모어는 1990년 당시‘게스 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들 게스 걸의 공통점은 모두 ‘섹시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쉬퍼의 이미지가 균형 잡힌 몸매를 자랑하는 완벽한 섹시함과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한 야성미였다면 헤르지고바는 신비로우면서 관능적인 섹시함이었다. 또 도발적인 젊음을 표방한 베리모어의 이미지는 젊은 세대의 감성에 호소하는 섹시함이었다. 이들의 이미지는 곧 트라이앵글 마크와 동일시됐고, 청바지 뒷주머니에 트라이앵글이 붙었다는 것은 한 마디로 ‘섹시함’을 뜻했다.

물론 시대에 따라 섹시함의 기준은 계속 변화했다.허리까지 올라오는 청바지는 어느새 허벅지에서 발목을 내려오며 좁아지는 베기지 스타일로 바뀌고, 어느 순간 밑위가 짧아 팬티까지 드러내는 로라이즈 스타일이 유행했다. 지금은 마치 쫄바지를 입은 것처럼 짝 달라붙는 스키니진이 대세다.

흔히 말하듯 “편하게 입는 옷”이라고 하기에 청바지는 너무 많은 요소를 담고 많이 변화한 것이다. 게스코리아의 마케팅팀 석시영 차장은 말한다. “물론 어디에나 잘어울리는 옷이죠. 하지만 동시에 여자의 몸을 가장 아름답게 살려주는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액세서리가 주렁주렁 달려서 섹시한 게 아니라 보디라인을 돋보이도록 만들어, 가장 기본적인 여성의 섹시함을 살린다.

그래서인지 게스의 모델들은 매우 까다로운 선정 과정을 거쳐야 했다. 모두가 인정할 수 있을 만큼 ‘섹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스의 FW 레드프로모션 라인의 모델이 이효리인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그가 현존하는 국내 최고의 섹시 여가수이고, 무엇보다 몇 년째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몇 안 되는 스타인 것도 그 이유가 있다. “광고주로부터 재계약 확률이 높은 스타 중 하나”로꼽힌다는 것이 석 차장의 설명이다. 유행도 인기도 빠르게 뜨고 지는 한국인의 특성상 신인 스타의 기용은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많은 인기몰이를 했던 한 신인이 광고 재계약에 성공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는 석차장은 “성별이나 나이 등 고르고 두터운 팬층을 가졌다는 점도 이효리라는 스타의 장점”이라고 덧붙인다.

8월 말에 발간되는 9월 패션 잡지에 게스의 광고 비주얼이 실리자 “이효리가 입은 그 청바지, 매장에 가면 실제로 파는 것인가요?”라는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는 것도 이효리가 가진 힘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가 모델로 참여한 이번 레드 프로모션의 테마 역시 ‘섹시함’이다. 프로모션의 컨셉트를 강렬하게 전달하기 위해 이름도 ‘레드’라고 짧게 지었다. “타 브랜드의 바디진, S진이 그렇듯, 짧은 이름이 더 강하게 어필하고 인지하기 좋기 때문”이라는 것이 석 차장의 설명이다. 광고 비주얼을 보면 이효리가 근육질의 남자 모델 네 명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곳곳에 레드 컬러가 엿보이지만 전면에 등장하는 메인은 아니다. 백 포켓의 트라이앵글이나 스티치, 혹은 스와로스브키 장식,혹은 청바지 안으로 입은 게스의 언더웨어 컬러 등에서 드러나는 정도다. 컬러보다 ‘레드’라는 단어가 주는 섹시한 이미지를 더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 이세라 기자 >


Tip 날씬하게 청바지 입기
1. 날씬해 보이고 싶다면 첫 째로 스키니 진이 필수
2. 짙은 컬러로 된 한 가지 타입의 워싱을 고를 것. 혹은 바지 가운데는 밝고 양 옆으로 돌아갈수록 어두운 워싱은 입체감을 줘 날씬해 보인다.
3. 킬 힐 슈즈를 신는다면 스타일이 한층 배가된다.
4. 백 포켓(뒷 주머니)은 위로 올라가 있어야 엉덩이가 처져 보이지 않는다. 혹은 주머니에 시선을 잡아주는 로고나 마크, 장식 등이 들어가 있는 것을 고른다.
5. 상의는 허리선까지 오는 길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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