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만 '내어린시절…'발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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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7~8분짜리 협주곡이 있다면 믿지 않겠지만 그래도 협주곡답게 3악장짜리 '구색' 도 갖춘 곡이 있다.

일반 음악회에서나 접할 수는 없지만 바이올리니스트에게는 '필수곡' 이다.

4분의1 크기의 '꼬마 바이올린' 을 들고 당당하게 오케스트라에 맞서 닦아온 기량을 선보이는 이들 곡은 입시는 물론 각종 콩쿠르 과제곡으로 심심찮게 등장한다.

이스라엘 태생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만 (44) 이 텔아비브 음악원 재학시절에 피아노 반주로 즐겨 연습했던 '학생 협주곡' 들을 엮어 '내 어린 시절의 협주곡' (EMI) 이라는 제목의 음반을 냈다.

펄만의 모교인 줄리아드 음대 오케스트라 (지휘 로렌스 포스터) 와의 협연이다.

이 음반에는 오스카 리딩의 '바이올린협주곡 b단조' (8분) , 프리드리히 자이츠의 '학생 협주곡 제2번' (9분) , 장 밥티스트 아콜라이 (1841~1910) 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a단조' , 샤를 오귀스트 드 베리오 (1802~1870) 의 '발레의 정경' (10분) 등이 수록돼 있다.

02 - 3449 - 9422.

이들 협주곡은 단순한 기교를 통해 '성인 협주곡' 못지 않는 풍부한 표정과 감정을 전달한다.

교재용으로서 뿐만 아니라 감상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또 근대 바이올린 교육의 태두격인 조반니 바티스타 비오티 (1755~1824) 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22번 a단조' (27분) 도 실려 있다.

바이올린 연주사에서 프랑스 악파의 시조격인 비오티는 코렐리에서 시작되고 파가니니에서 완성된 바이올린의 테크닉을 완성한 인물. 무려 29곡의 협주곡을 남겼다.

비오티의 협주곡은 일반 연주회에서도 들을 수 있지만 나머지 곡들은 음반으로 구하기 힘들어 음반매장마다 학생들이 애타게 찾던 음악이다.

음악적으로 부러울게 하나도 없는 펄만이 '학생 협주곡' 의 녹음을 결심하게 된 것은 최근 이스라엘 공연에서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게 한 경험 때문. 8세때 자이츠의 협주곡의 피아노 반주를 맡아 주었던 한 노파가 무대 뒤로 와서 그에게 피아노를 쳐보이는게 아닌가.

여름날 오후 그늘 아래서 바이올린과 씨름하던 어린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이 음반은 펄만이 어릴 적 추억을 담아 후배들에게 주는 선물인 셈이다.

이들 레퍼토리들은 국내에서는 10~15세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이 교재용으로 연주한다.

하지만 최근 부쩍 늘어난 청소년음악회에서 대규모의 '성인 협주곡' 을 한 악장씩 협연하는 것보다 음악적 완성도가 높은 이들 작품의 연주를 권하고 싶다.

특히 베리오의 '발레의 정경' 은 웬만한 협주곡 못지 않는 표현력과 연주효과를 지니고 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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