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소증.뇌성마비 부부 힘겨운 전세집 얻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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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전세집이 널렸는데도 입주자가 장애인이라면 여지없이 거절당했죠. 참 너무들 하더군요. " 서울송파구 거여동사무소 사회복지사 김민숙 (金珉淑.43) 씨는 장애인이 뛰어 넘을 수 없는 높은 벽을 실감했다.

金씨와 자원봉사 주부 3명이 장애인 김금암 (61.서울송파구거여동) 씨와 부인 손형자 (31) 씨가 살 전세집 마련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지 6개월째. 그동안 소개 받은 전세집만 20곳이 넘었고 계약 단계까지 이른 것만도 6건이나 됐다.

그러나 번번히 거절당하다 최근에서야 너그러운 (?) 집주인을 만나 15평짜리 단독주택을 전세내는데 성공, 27일 이사한다.

전세 거절 이유는 金씨 부부가 중증 장애인이라는 것. 金씨는 왜소증으로 키가 1백30㎝에 불과한데다 젊은 시절 서커스단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됐다.

또 부인 孫씨는 지체1급 뇌성마비 1급 장애인으로 말을 전혀 하지 못한다.

사회복지사 金씨는 "집주인들이 처음엔 전세금이 적다고 불평하지만 끝내는 '이웃 눈치 보인다' '보기 흉하다' 는 내심을 털어놓곤 했다" 고 말했다.

복지시설 무지개재활원에서 만나 지난해초 결혼한 金씨 부부는 보일러 시설도 없는 2평짜리 무허가 단칸방에서 살아왔다.

전세금 2천5백만원은 이들 부부를 안타깝게 여긴 송파구청이 구민을 대신해 건넨 뜻깊은 돈이지만 뿌리 깊은 장애인 기피증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당사자인 金씨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金씨는 "나 같은 사람과 같이 살고 싶지 않은 이웃들의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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