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민씨 15억' 일파만파 회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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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광주민방 사업자선정 비리 수사과정에서 '전병민 (田炳旼)' 이란 거물이 돌출,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김영삼 (金泳三)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 (賢哲) 씨의 최측근으로 문민정부 출범 당시 조각명단을 작성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영향력을 지녔던 田씨가 민방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향후 검찰 수사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일단 "서종환 (徐鍾煥) 전 공보처 방송매체국장의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불거져 나온 것일 뿐" 이라며 "다른 지역 민방사업까지 수사할 계획은 없다" 고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田씨의 혐의가 드러난 이상 현철씨와 그 주변 인물들의 개입 여부가 수사 초점이 될 수밖에 없다.

검찰은 田씨가 대신측으로부터 15억5천만원을 받았다가 1년뒤 전 대호건설 사장 이성호 (李晟豪) 씨에게서 10억원을 빌려 대신측에 돌려준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李씨를 田씨에게 소개시켜준 인물이 바로 현철씨인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李씨는 또 한보사건 수사결과 93~95년 현철씨의 비자금 50억원을 대신증권에 맡겨 관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대신측은 田씨가 준 10억원을 95년말 다시 이성호씨에게 돌려줬다.

수사관계자는 "현재까지 현철씨가 민방비리와 관련돼 있다는 혐의는 전혀 없다" 고 말하고 있지만 주변에선 97년 현철씨 비리수사때부터 올해초 경제청문회까지 수차례 제기돼왔던 현철씨 인맥의 민방선정 개입의혹의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97년 현철씨 비리 수사 당시 그의 측근인 박태중 (朴泰重).김희찬 (金熙燦) 씨가 광주.대전지역 민방선정과 관련해 각각 6억9천만원 및 1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또 지난해 9월 경성비리 사건에선 현철씨와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진 김원용 (金元用) 성균관대 교수와 강상일 (姜祥日) 전 청와대비서관이 대전민방 사업자선정과 관련,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중지되기도 했다.

또 다른 수사 초점은 공보처 고위 간부들의 관련 여부. 민방사업자 선정을 직접 관장한 공보처 고위 담당자의 수뢰사실이 드러난 것은 25일 구속된 徐전국장의 예가 처음이어서 검찰은 또다른 관련자들이 있는지 여부를 캐고 있다.

특히 대신측이 田씨에게 부탁하며 "공보처장관 등 관련 공무원들에게 부탁해달라" 며 구체적으로 청탁 주문을 한 점이나 田씨가 현철씨 인맥의 도움없이 공보처 고위 간부들에게 직접 로비할 수 있는 위치의 인물이란 점에서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그러나 현재 외국에 체류 중인 田씨가 자진귀국해 조사에 응하지 않는 이상 수사는 상당히 오랫동안 진행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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