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무환 … 대출비중 축소 경향 뚜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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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부동산114가 올 들어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매수자 4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매수자의 26명(60%)이 대출을 받지 않았다. 나머지 대출을 받은 사람들도 대출 비중이 집값의 평균 30% 미만이었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종전에는 대출 비중이 집값의 70~80%에 달하는 경우가 자주 눈에 띄었지만, 요즘은 투자자든 실수요자든 대출 비중을 집값의 30% 미만으로 줄이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말했다.

소형(전용 60㎡ 이하) 아파트의 인기가 높아진 것도 금융위기 이후의 뚜렷한 흐름이다. 가격이 싸 대출 부담이 작고,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아 집값 하락기에도 거래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정보협회 조사에 따르면 올 들어 최근까지 소형 아파트 값(8.3% 상승)은 서울 전체 아파트 값(4.6%)보다 두 배 정도 더 많이 올랐다. 소형 아파트는 분양시장에서도 갈수록 인기다. 지난달 대림산업이 서울 중구에서 분양한 신당 e-편한세상 전용 59㎡는 1순위 청약 접수에서 평균 2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전용 84㎡ 이상은 모두 한 자릿수 경쟁률을 보였다.


집을 넓혀 가려는 갈아타기 수요는 확 줄었다. 이남수 팀장은 “집을 넓히려면 추가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빚이 부담스러워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교육·직장 문제로 불가피하게 이사를 하더라도 집 크기는 그대로 둔 채 지역만 갈아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호재가 몰린 특정 상품에만 투자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도 눈에 띈다. 펀드·주식 등의 금융상품에서 이탈한 시중 유동자금이 호재를 따라 한쪽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임대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얻으려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이 때문에 임대 수요가 풍부한 수도권 지하철 역세권 소형 오피스텔은 매물이 동나고 시세도 뛰었다. 서초구 서초동 NK공인 윤석찬 사장은 “올 들어 임대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매물을 흡수하면서 최근 시세가 연초보다 3000만~5000만원 정도 올랐고 물건도 귀해졌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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