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보행자 교통지옥 … 사고 사망자 OECD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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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교통사고로 인한 보행자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교통연구원이 발간한 ‘교통으로 여는 녹색미래’에 따르면 2005년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5.28명이었다. 2007년에 발표된 OECD 통계 기준이다. 통계는 5년마다 집계된다. 다른 회원국의 경우 헝가리 2.86명, 그리스 2.11명, 포르투갈 2.02명, 일본 1.92명, 스페인 1.56명, 오스트리아 1.18명, 영국 1.15명 등이었다.

연구원 측은 우리나라의 보행자 사망 사고가 많은 이유로 ‘차와 사람이 함께 쓰는 생활 도로가 많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로 2007년 보행자가 사망한 교통사고 중 75.2%는 주택가 등 폭 13m 미만의 도로에서 발생했다. 한상진 교통연구원 녹색성장연구센터장은 “주택가 도로는 차와 사람이 함께 다니는 곳이지만, 차량만 위한 공간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행자 교통사고가 잦은 곳, 보행자가 많이 다니는 곳, 교통량이 적은 곳 등을 중심으로 ‘보행우선도로’를 지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행우선도로는 속도 저감시설 및 각종 보행자 편의장치가 마련된 도로를 말한다. 이 지역에서 차량이 보행자를 칠 경우, 운전자에게 무거운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보행우선도로를 실시하고 있는 영국과 네덜란드의 경우, 보행우선도로 지역의 차량 주행속도는 평균 시속 2~9마일(3.2~14.5㎞)이 감소했다고 한다. 일본에선 교통량이 47% 줄어든 것은 물론 주행속도도 시속 13㎞ 감소하는 등 보행환경이 개선되면서 교통사고도 60% 이상 줄었다고 연구원 측은 전했다. 경찰청도 보행자의 좌측통행 방식을 우측통행으로 바꾸고, 교차로에서 차량의 우회전 신호를 따로 만들기로 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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