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수첩] 부모 몰래 가입한 휴대폰은 무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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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전업주부인 장인숙 (54.서울구로구 구로1동) 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당했다. 휴대폰이라곤 써본 일도 없는데 이동전화 회사에서 사용요금을 연체했다며 독촉장이 날아온 것.

해당회사에 전화를 걸어 알아보니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16) 이 엄마의 이름으로 이동전화에 가입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을 다그쳐 연초에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몰래 가져가 휴대폰을 가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며칠간 고민하던 장씨는 아무리 자신의 아들이 한 짓이지만 본인도 알지 못하는 휴대폰 이용료를 낼 수 없으며 학생신분에 휴대폰은 필요없다고 판단해 계약을 해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이동전화 회사에서는 해약을 하려면 단말기 보조금에 해당하는 수십만원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 장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최근 이동전화 보급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장씨처럼 뜻하지 않은 피해를 당하는 사람도 크게 늘고 있다.

올들어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이동전화 피해구제 건수는 모두 3백16건.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5배나 증가했다. 장씨처럼 자식이 부모의 동의없이 가입했거나 엉뚱하게 자신의 이름을 도용당해 발생한 피해가 전체의 절반 (1백58건) 이나 된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장씨는 위약금을 한 푼도 물지 않고 이동전화 사용을 끊을 수 있다. 또한 그동안 아들이 사용한 통신요금이나 연체료도 내지 않아도 된다.

미성년자가 이동전화에 가입하려면 부모의 동의서와 자필서명을 받은 뒤 신분증 또는 학생증 사본을 제출해야 계약이 성립된다. 따라서 부모의 동의절차가 없었음이 확인된 장씨 아들의 계약행위는 당연히 무효. 명의가 도용된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이름을 도용당한 피해는 주민등록증이나 면허증 같은 신분증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신분증을 습득한 사람이 그것으로 휴대폰을 장만해 사용한 것. 자신의 명의가 도용된 사실도 대부분 막대한 이용요금이 청구 된 후에야 알게된다.

그러나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름을 도용당한 사실만 확인하면 본인 확인을 소홀한 해당업체측에 책임이 돌아가 사용료는 물론 위약금도 안 물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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