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 수학.과학 논술도 논증과정 철저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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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수학.물리.화학에서 어떻게 논술형 평가가 가능합니까. " 부산의 한 수학교사가 고교 학력평가에 논술형 평가를 도입하는 것과 관련해 이해가 안된다면서 전화를 걸어왔다.

정치경제.사회문화.국민윤리 등에서는 다양한 입장과 주장이 공존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을 제시하고 그것을 논증을 통해 정당화하는 논술형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수학.물리.화학 등과 같은 자연과학은 하나의 정답을 찾아야 하는데 기껏해야 그 과정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 수학교사의 설명은 맞는다.

그러나 고교에서 도입한 논술형 평가가 사실은 주관식 서술 (혹은 설명형) 까지 포함하고 있어 크게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니다.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경제에서도 '…에 대해 설명하라' 와 같은 방식으로 출제할 수 있다.

이 경우 문제로 주어진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개념과 절차를 정확하게 지켜나가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단 자연과학에서는 대체로 수학적 기호나 개념을 많이 사용하는 반면 인문사회과학에서는 정치.경제.사회.철학적 개념들을 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물론 이에 익숙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 이론을 꼭 필요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설명한 뒤 그것들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배치해 이해하기 쉽게 기술하느냐를 훈련할 필요가 있다.

자연과학에서도 논술형 문제를 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자연에 대한 철학적 기초에 대한 질문을 논술형으로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은 지배의 대상인가' '자연은 수학적 계량화에 의해 파악될 수 있는가' 등 과학철학이나 과학사에서 많이 다루는 쟁점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외에도 넓은 의미에서 수학을 푸는 과정도 결국 논증과정이 포함돼 있으므로 논술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단 수학의 논증과정은 '수 (數)' 를 기본개념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수학에서도 논증이 중요하기 때문에 답은 틀려도 논증절차가 정당하면 좋은 점수를 부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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