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독주 더이상 안된다'…아시아-유럽 '이심전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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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아시아 정치지도자들의 발걸음이 유럽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도 아시아 끌어안기에 적극적이다.

슈퍼 파워 미국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이해가 맞아떨어진 국제 외교무대의 새 현상이다.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경제에 초점을 맞춘 조심스런 행보지만 아시아 - 유럽의 서로 끌어안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무르익어 가고 있다.

미국도 폭주하는 세계 현안에 피로현상을 보이고 있다.

세계전략이란 큰 틀을 깨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아시아.유럽의 접근을 방치하는 인상마저 풍기고 있다.

유럽외교에 팔을 걷어붙인 나라는 중국과 일본이다.

장쩌민 (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은 20일 이탈리아 방문을 시작으로 유럽순방에 나섰다.

이른바 '전방위다극대국외교 (全方位多極大國外交)' 는 9월로 예정된 江주석의 영국.프랑스 등 2차 유럽순방까지 이어지게 된다.

중국의 유럽접근은 미국 독주를 막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주룽지 (朱鎔基) 총리는 지난 5일 전인대 정부공작보고에서 "패권주의와 강권주의가 아직도 남아 있다" 고 미국을 겨냥했다.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일본총리도 지난 1월 프랑스.독일.이탈리아를 순방했다.

오부치 총리는 철저히 경제쪽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유로화 출범에 맞춰 "세계 금융시장은 달러화 중심에서 달러.유로.엔화의 3극 (極) 통화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유럽도 아시아에 공을 들이고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 등 유럽지도자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잇따라 아시아를 찾아왔다.

미국 눈치를 살펴야 하는 일본에 비해 중국의 유럽접근은 좀더 화끈하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게될 경우 정치적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해왔다.

또 아시아에서 일본의 엔화를 제치고 위안 (元) 화를 제3의 세계화폐로 끌어올리려는 중국 입장에서 유로화를 출범시킨 유럽의 존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보면에서도 유럽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미국의 잠재적 봉쇄정책을 무력화시키고 대만 문제에도 유럽의 지지를 획득, 대미 (對美) 외교에서 대만카드의 효력을 극대화시킨다는 입장이다.

江주석이 이번 유럽순방에서 유럽이 우려하는 인권문제에 정면 대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베이징.도쿄 = 유상철.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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