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책물려쓰기 뜻 좋지만 답적혔는데 공부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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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99학년도부터 많은 초등학교에서 물자절약을 위해 헌 교과서 물려쓰기를 시작했다.

헌 교과서를 지급받은 어린이들 (한 학급의 20~30%) 은 헌 교과서의 활용을 위해 책에 씌어진 내용을 지우개로 지워보지만 잘 지워지지 않고 글자 자국이 남아있게 마련이다.

이미 선생님의 설명 등이 자세하게 씌어진 책으로 공부한다면 다양한 생각을 바탕으로 창의성을 기르는 초등학교 교육에 큰 장애요인이 될 것이다.

물론 헌 교과서를 이용해 종이값 등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라의 장래를 짊어질 어린이들의 교육을 경제적인 논리로만 생각할 수는 없다.

헌 교과서 재활용 시책이 계속 실시된다면 어린이들이 창의성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무형의 피해는 어디서 보상받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헌 교과서 물려쓰기' 라는 정부 시책이 소탐대실 (小貪大失) 의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교육을 맡고 있는 교사의 한 사람으로 걱정이 앞선다.

위동환 <광주시남구봉선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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