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수첩] 자동차보험 계약내용 꼼꼼히 확인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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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자동차 보험료 싸게 가입하세요." 지난해 말 자동차 보험요율이 자율화된 이후 보험 만기가 되면 이곳저곳에서 걸려오는 전화. 흔히 자가용 운전자들은 귀찮아서 한 보험회사에 계속 가입하곤 하는데 새 보험사가 싼 가격을 제시하면 귀가 솔깃해지게 마련.

그러나 한 푼이 아쉬운 차에 잘됐다 싶어 무턱대고 덥석 계약했다간 훗날 크게 후회를 할 수도 있다.

서울강남구 청담동에 사는 권숙자 (54.여) 씨의 경우 보험료가 싸 보험회사를 옮겼다가 낭패를 볼 뻔했던 케이스. 권씨는 보험만기를 앞둔 이달 초 몇몇 보험 모집인의 전화를 받고 유독 보험료가 싼 회사와 계약을 했다.

당연히 계약내용이 예전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집으로 배달된 보험증권을 살펴보니 아들 (23) 이 운전할 수 없는 26세 이상 한정특약으로 가입돼 있던 것. 놀란 권씨는 곧바로 보험사에 전화를 걸어 보험내용을 재조정하고 추가된 보험료를 냈더니 결국 보험료는 지난해 냈던 액수와 거의 같아졌다.

이런 경우 만일 보험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권씨의 아들이 운전하다 사고를 내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일단 아들은 무보험 운전자나 마찬가지로 처리돼 회사 측으로부터 사고피해에 대한 보상보험금을 전혀 지급받을 수 없게 된다.

물론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실 (02 - 3786 - 8534~7) 을 통해 피해구제를 요청할 수 있으나 보험계약의 잘못된 내용 등을 입증하기도 만만치 않은데다 반드시 피해보상을 받는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싼 게 비지떡' 이란 말은 자동차 보험료도 마찬가지다. 보험료가 자율화됐다고는 하나 아직까지는 업체끼리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므로 거의 모든 보험사들의 보험료는 비슷하다.

따라서 보험료가 다른 곳에 비해 지나치게 싸다고 생각되면 ▶사고발생시 보상한도를 낮춘 것은 없는지 ▶용도나 운전자를 제한한 내용은 없는지 ▶차량가격은 제대로 산정했는지 ▶자기부담금은 얼마인지 등 이것저것 꼼꼼하게 짚어봐야 한다.

보험청약 당시 제대로 체크를 못했다면 나중에 보험사로부터 우송된 보험영수증이나 스티커, 특히 보험증권을 등한시 하지 말고 반드시 내용을 읽어 봐야 한다. 만일 엉뚱한 내용이 있어 청약을 철회하려면 15일 이내에 해야한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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