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알아둬야 할 프로그램 매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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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번달 증시의 가장 큰 변수는 단연 프로그램 매매다. 특히 지난주는 주가지수 선물 3월물의 만기 (11일) 로 인해 주가가 심한 일교차를 보였다. 주가지수 선물과 연계된 프로그램 매매가 강력한 변수로 작용했기 때문.

결과적으로는 지난 11일 하루만 '팔자' 가 우위를 보였을 뿐 전반적으로는 '사자' 가 장세를 이끌면서 주가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프로그램 매매로 인한 '사자' 는 3천2백79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힘입어 주가는 이달초 533.97에서 지난 12일에는 590.80까지 56.83포인트나 올랐다.

이처럼 프로그램 매매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따라서 프로그램 매매를 모르고 주식투자를 하기는 점점 어려워져간다.

도대체 프로그램 매매란 게 무엇이길래 주가를 좌지우지 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자.

◇ 프로그램 매매란 = 프로그램 매매는 사람이 직접 매매 주문을 내지 않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주문을 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워낙 많은 종목을 한꺼번에 거래하기 때문에 해당 종목의 주가를 사람이 일일이 확인해서 거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주로 기관투자가들이 대량으로 거래할 때 사용하는 투자기법이다.

프로그램 매매는 두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차익거래는 주가지수 선물과 현물 주식간의 가격차를 이용해 싼 것을 사고 비싼 것을 파는 것을 말한다.

또 현물 주식만 15개 종목 이상을 동시에 거래하는 비차익거래도 있다. 이는 어떤 상황이 되면 자동적으로 15개 종목이상을 팔고 사는 것인데, 기관투자가 마다 이 상황설정을 달리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기관투자가마다 보유주식의 종목이 다르고 컴퓨터에 입력되는 상황설정도 수시로 바뀔 수 있다.

◇ 주가에 미치는 영향 = 프로그램 매매가 활발해지면 다수의 투자자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주가가 급변할 가능성이 커진다.

예를 들어 주가지수 선물이 약세를 보일 때는 선물을 사고 현물을 파는 매도 차익거래가 쏟아져 나와 주가가 급락하게 된다. 반대로 주가지수 선물이 강세를 보일 때는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사는 매수 차익거래가 쏟아져 나온다. 이렇게 되면 주가는 크게 오른다.

프로그램 매매와 주가의 연관성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지표로 괴리율이란 게 있다. 괴리율은 현물과 선물의 가격차이가 어느 정도 되는지를 보여준다. 괴리율이 높을수록 매수 차익거래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보통 괴리율이 2%정도일 경우 매수 차익거래가 많이 나온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대로 괴리율이 낮을 때는 매도 차익거래로 인한 '팔자' 주문이 많이 나온다. 특히 괴리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우를 전문용어로 '백워데이션' 이라고 하는데 이때는 '팔자'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대부분의 증권사에서는 실시간으로 괴리율을 계산해서 투자자에게 알려주고 있으므로 이를 수시로 확인해두는 게 좋다.

◇ 종목별 영향 = 프로그램 매매로 인해 주가지수가 올라가더라도 모든 종목이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차익거래는 기본적으로 코스피 (KOSPI) 200에 속하는 종목들만을 대상으로 한다.

KOSPI200이란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종목 가운데 주요 2백개 종목만 따로 모아서 지수화한 것. 따라서 차익거래로 인해 영향받는 종목들은 여기에 해당되는 2백개 종목이다. 그 가운데서도 기관투자가들이 차익거래의 대상 종목으로 삼는 주요 20~30개 종목이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이들 종목 가운데는 한국전력.포항제철.한국통신.한빛은행.삼성전자.SK텔레콤 등 주로 시가총액이 높은 종목들이 많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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