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후보자 “나라에 밸런스 필요한 시기…미력이나마 돕고 싶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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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4일 오전 총리 집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승수 총리는 “여러 가지로 힘들 때 큰 자리를 맡았다. 친화력이 좋으시니까 잘 하실 거라 믿는다”며 반겼다. 비공개 대화에서 한 총리는 “신종 플루 대책에 신경 쓰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정 후보자는 오후 서울대로 향했다. 기자들이 심경을 묻자 “두렵다”고 했다. 세종시 계획과 관련, 전날 발언으로 논란이 빚어진 데 대해 그는 “개인의 생각을 얘기한 것뿐인데 언론에서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 당혹스러웠다. 너무 많은 말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묻지 마라. 청문회 전에는 정책에 관해서 얘기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어 호암교수회관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호랑이 스코필드 동우회 창립총회’에 참석했다. 독립운동가인 스코필드 박사와 인연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문답.

-생전에 ‘정승이 되라’고 한 어머니가 어떻게 생각하실 것 같나.

“어제 고향사람이 축하 전화를 걸어서 위대한 어머니가 정운찬씨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하더라. 눈물이 났다. 미국 유학 때 어머니가 보낸 편지에 ‘출세할수록 꽃가마 멘 사람 더 생각하라’고 했는데 새삼 그 생각이 난다.”

-스코필드 박사는 ‘정치는 하지 말라’고 당부했는데.

“나라가 어려우니 어쩔 수 없었다.”

-조순 전 경제부총리는 뭐라 했나.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라고 했다.”

-총리직 수락 여부에 대해 갈등했는데 어떻게 결단을 내리게 됐나.

“나라에 밸런스가 필요한 때다. 내가 거기에 가서 밸런스를 취하는 데 미력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이명박 대통령과 생각이 많이 다르지 않나.

“그분과 나는 성장배경도 같고 생각이 비슷한 데가 많다. 서민을 배려해야 한다는 기본 생각이 같다.”

-세종시 관련 발언은 개인 생각인가.

“맞다. 정부와 정책 관련해서 조율한 적은 없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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