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임화 '현해탄'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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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 바다 물결은

예부터 높다

그렇지만 우리 청년들은

두려움보다 용기가 앞섰다

산불이

어린 사슴을 거친 들로 내몰은 게다

대마도를 지나면

한 가락 수평선 밖엔 티끌 한 점 안보인다

이곳에 태평양 바다 거센 물결과

남진해온 대륙의 북풍이 마주친다

- 임화 (林和.1908~1953) '현해탄' 중

식민지 카프의 맹주였던 시인은 그 역시 하얀 손의 탄식과 함께 불우한 미남이었다.

단편서사시를 개척함으로써 정지용의 절구(絶句)건너에 그가 있었다.

현해탄은 조선과 일본 사이의 숙명이었다.

이 바다는 조선의 인텔리에게 사치스러운 우수 (憂愁) 였다.

끝내 6.25 직후 그는 평양에서 처형되고 말았다.

무슨 촛불이기에 그다지 비극 투성이인가.

그의 부인 지하련 (池河蓮) 의 이름도 생각난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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