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증폭된 미.중 갈등 클린턴 '해결사'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지난 주말 (12일) 모처럼 아칸소주 자신의 생가를 찾았다.

생가가 사적지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는 식장에서 그는 "고향사람들은 맑은 날이나 궂은 날이나 내 곁을 지켜주었다" 고 감사했다.

지난 1년간 그가 맞이한 '궂은 날' 중 상당수는 아마도 모니카 르윈스키로 대표되는 성 (性) 스캔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제 클린턴은 그 수렁에서 벗어나 자신이 집권2기의 외교원칙으로 천명한 '개입정책' 을 펼 시점에 서 있다.

중국은 그러나 미국의 개입이 호락호락 먹히지 않는 버거운 상대다.

이미 미.중은 인권과 무역불균형 문제로 티격태격을 거듭해왔다.

지난주엔 중국 '스파이' 가 미 연구소에서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빼낸 의혹으로 갈등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 에너지부는 지난 8일 로스앨러모스 원자력연구소에 근무하는 중국계 컴퓨터 전문가를 해고했으며 다음날 연방대배심은 미사일 부품을 중국에 밀반출하려던 중국인 등 2명을 기소했다.

물론 중국정부는 기밀절취가 "근거없는 헛소문" 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양국 갈등은 이번 주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어서 국제뉴스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중국은 미국측에 스파이행위 증거를 대라고 다그치는 한편 미국이 추진 중인 전역미사일방위 (TMD) 체제가 대만까지 포함하려는 조짐을 역공대상으로 삼고 있다.

TMD에 중국.러시아가 공동 대응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양국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자신이 "이번 사건이 중국을 고립시키는 외교정책을 정당화하지는 않을 것" 이라고 밝혔듯 미국으로선 중국을 제쳐놓고는 세계정책을 펴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도 다음달 주룽지 (朱鎔基)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숙원인 세계무역기구 (WTO) 가입을 논의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어서 미국을 마냥 자극할 수는 없다.

1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인대) 폐막에 즈음한 기자회견에서 朱총리가 대미 (對美) 관계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할지 주목된다.

노재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