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과 과학] '된장에 풋고추 박히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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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봄 입맛을 돋궈주는 음식 중 하나가 된장에 푹푹 찍어먹는 풋고추. '된장에 풋고추 박히듯' 이란 속담은 어느 한자리에 눌어붙어서 꿈쩍 않는 형태를 표현하는 말이다.

된장의 끈끈한 특성은 콩에 든 단백질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서 생기는 것. 우리 나라의 된장보다 더욱 끈끈한 점액성 발효식품으로는 청국장과 비슷한 일본의 낫토 (納豆)가 있다.

된장과 청국장의 가장 큰 차이는 된장은 곰팡이.효모.세균 등 세 가지 미생물을 이용해 만들지만 청국장은 세균만을 이용해 만든다는 점. 된장은 먼저 곰팡이의 작용으로 단백질과 전분질을 분해해 저분자 물질로 만든 다음 효모와 세균의 작용으로 여러 가지 향미성분을 만들어내는 두 단계의 발효과정을 거친다.

이에 반해 청국장이나 낫토는 물에 담근 콩을 삶은 후 볏짚에 싸서 따뜻한 곳에 하루 이틀 놔둔다.

볏짚의 역할은 '바실러스 낫토' 라는 발효세균을 공급하고 발효 중에 생긴 암모니아 냄새를 흡수하는 것. 발효가 진행되면 콩 표면에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생기는데 낫토는 이것이 긴 실처럼 늘어나는게 품질이 좋다.

된장의 영양성분은 간장을 뜨고 남은 것으로 된장을 담그는 재래식인가 처음부터 된 메주로 담근 개량식인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1백g에 단백질이 12g정도 들어있다.

된장이 요즘 더욱 환영받고 있는 것은 영양 때문이라기 보다는 항암효과.혈전분해 효과.항체 생성 효과가 속속 입증되기 때문. 최근에는 우리 된장에서 나오는 특수 단백질이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혈전을 녹여주는 효과가 있으며 이 효과가 일본의 낫토보다 3~4배, 심지어 인체에서 생성되는 혈전분해 단백질인 플라스민보다도 4~5배 뛰어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된장에는 '풋고추' 만 박히는 게 아니라 비린내도 박힌다. 비린내를 없애는 효과는 된장의 주성분인 단백질이 여러 냄새를 흡착하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 고등어나 게 등 비린내 나는 생선요리에 된장을 자주 썼던 조상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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