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주주는 왕"받들어 모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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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LG화재보험의 김영환 차장은 최근 '주식투자자 홍보 (IR)' 팀장이라는 새로운 보직을 맡았다.

金차장팀이 하는 일은 국내외 주주들의 회사방문 및 전화문의 응대. 또 신상품 개발.자금사정변화 등 주가에 영향을 줄 만한 경영변동사항을 인터넷.팩스 등으로 투자자들에게 미리 알려준다. 8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회사경영에 관한 주주들의 문의에 막힘 없이 답할 수 있다.

국제.자금.회계.상품개발.홍보 등 회사 각 부서에서 내로라 하는 사원들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팀장은 비록 중간 관리자급이지만 언제든 최고경영자에게 직보할 수 있다.

상장사들이 투자자 홍보 (investor relation)에 발벗고 나섰다. 상장사들은 올해 30조원을 유상증자로 조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주가를 관리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 자사에 투자하는 주주의 기반을 넓혀야만 좋은 조건에서 돈을 끌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 최고경영자가 뛴다 = 포철의 유상부 회장은 최근 인터넷에 자신의 사진과 경영방침을 담은 IR사이트를 개설했다. 한글과 영문으로 자신의 경영철학은 물론 향후 포철의 투자계획과 예상수익 등을 밝혔다. 포철은 유회장과 투자자들간의 대화방도 개설할 예정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4일 해당 계열사의 주가수준을 대표이사의 인사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각 계열사에 비상이 걸렸다.

◇ 전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 IR개념이 국내에 도입된 것은 지난 94년께. 그러나 대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에 앞서 실시하는 투자설명회 정도로 여겨졌다. 올들어 IR는 중소기업에까지 확산됐다. 또 한번 하고 마는 게 아니라 항시적이다.

신라호텔은 지난 9일 1백여명의 투자자들을 영빈관에 모아 1인당 5만원짜리 식사를 대접하며 경영상태를 설명했다. 대표이사는 일본 호텔들의 주가를 신라호텔과 비교하며 신라호텔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강조했다.

텐트 전문업체 진웅도 최근 IR전담자를 선정했다. IR에 관심을 보이는 상장사가 늘어나자 상장사협의회는 올 상반기중 상장사 50여개를 모아 IR협의회를 만들 계획이다.

◇ 투명하게 보여준다 = 센추리는 최근의 IR모임에서 자사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시위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원하연 사장은 투자자들의 질문에 "올해 순이익 목표는 10억원이지만 유동적일 수도 있다. 최선을 다하겠다" 고 솔직히 답했다. 일신방직은 객관적이고 솔직한 IR를 위해 대우증권에 필요한 일체의 경영자료를 제공하고 IR모임을 대행시키고 있다.

임봉수.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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