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IMF 분해']뜨는 IMF 엘리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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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바뀐 세상은 새로운 유형의 '적자 (適者)' 들을 낳게 마련이다.

이른바 IMF 엘리트. 사회경제적 변화의 물마루에 올라타고 높은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이다.

아직은 경영컨설턴트.기업 인수.합병 (M&A) 전문변호사.펀드매니저.외국기업 간부 등 일부 직종과 몇몇 벤처기업가로 국한돼 있지만 연봉제 확산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양산될 전망이다.

다국적 경영컨설팅업체인 매킨지사 한국법인의 최정규 (33) 씨. 그는 입사한 지 불과 5년만에 최고의 자리인 '파트너' 에 올랐다.

이는 파트너가 될 때까지 걸린 최단기간으로 매킨지 미국 본사에서도 화제가 됐다.

몇년 전부터 외환위기의 도래를 내다봤던 그는 금융개혁의 숨은 브레인으로 활약하면서 연간 수억원대를 벌고 있다.

대신증권 차장 장기철 (32) 씨는 월급쟁이들에게 꿈 같은 존재다.

공식연봉 3천5백만원인 그가 지난해에 받은 성과급은 50억원. 수입으로만 본다면 재벌총수가 부럽지 않다.

요즘 하루 최고 9천억원의 증권 선물거래 실적을 내고 있다.

M&A 전문가인 박병모 (38) 변호사 역시 지난해부터 눈코뜰새없다.

그는 대상기업의 라이신 부문을 독일 BASF사에 매각하는 협상을 주도, IMF 이후 민간업체의 첫 외자유치 기록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이 눈부신 성공의 뒤안에는 무기력해진 다수의 직장인과 실업자들이 있다.

실업자들의 경우 기본적 권익을 보장받으려는 집단적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상반기중 실업자동맹 결성을 공언하고 있다.

동맹결성을 주도하고 있는 장창훈 목사는 "생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집단적 의사표출이 불가피하다" 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제회복이 지체될 경우 절망에 빠진 일부 극빈층이 우발적 집단소요를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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