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면 청소차 157대 새벽 출동 서울 도로변 찌든 때 씻어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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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씨가 3일 오후 혜화로터리 부근을 청소하기에 앞서 청소차량의 브러시를 살펴보고 있다. [안성식 기자]

3일 오전 6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 5t 트럭이 시속 5㎞로 느리게 전진한다. ‘윙~’ 하는 요란한 기계음을 내며 트럭이 지나가자 도로가 깨끗해진다. 길바닥의 먼지와 쓰레기를 흡입하는 ‘노면청소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종로구청 소속 김정관(58·기능직 7급)씨다. 김씨는 매일 오전 3시에 출근해 텅 빈 도심을 청소하는 일을 15년째 하고 있다.

저속 운행이지만 김씨는 분주하다. 전방을 주시하면서 운전석 오른쪽에 있는 모니터를 유심히 봐야 한다. 모니터에는 길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까지 선명하게 나온다. 페트병이나 캔처럼 큰 물건이 보이면 흡입구를 재빨리 확장해야 한다. 전선이나 나뭇가지가 빨려 들어와 흡입구를 막을 땐 내려서 이를 빼내야 한다. 세 시간여의 새벽 운행에 이어 정오 전후로 한 차례 더 주행한다. 이렇게 모은 쓰레기를 창신동 집하장에 내려놓으면 외부업체가 안산으로 싣고 가 재활용품을 걸러낸 뒤 소각한다.

노면청소 일에도 ‘계절 특수’가 있다. 낙엽이 떨어지면 비상이다. 종로구의 5대 차량이 쉬지 않고 가동돼도 낙엽은 돌아서면 또 쌓인다. 차량마다 하루 예닐곱 번씩 창신동 집하장을 들락거려야 한다.

김씨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늦가을보다 더 바빴다”고 말했다. 응원이 끝난 광화문과 대학로 일대가 쓰레기 바다로 변했기 때문이다.

노면청소차량이 서울시 환경미화에 등장한 때는 1978년이다. 서울시가 독일에서 3대를 수입해 가장 번화한 종로구와 중구에 한 대씩 배치했다. 95년 들어 노면청소차량은 국산화됐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157대의 청소차량이 1만7800t의 쓰레기를 치웠다.

김씨는 길옆에 주차해 놓은 차량이 원망스럽다. 이른 시각에 차주를 부를 수 없어 그냥 지나치는데 그런 날엔 “청소를 왜 안 하느냐”는 시민들의 항의가 뒤따른다. 새벽 취객은 김씨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비틀거리며 도로와 차도의 경계를 걷는 사람이 매일 한두 명씩 있다. 김씨는 그럴 때마다 중앙선 쪽으로 도망가듯 피해간다.

박태희 기자 , 사진=안성식 기자

◆노면청소차량 작동 원리=전기 대신 경유를 쓴다는 것만 다를 뿐 가정용 진공 청소기와 같다. 차에는 주행용 엔진 외에 청소용 엔진이 따로 있다. 바깥에서 잘 보이는 우측 날개형 브러시는 보조 브러시다. 주브러시는 원통 모양으로 차 밑면에 부착돼 있다. 브러시가 쓸어 모으면 뒷바퀴 앞 흡입구가 빨아들인다. 브러시는 일주일 쓰면 교체하는데 가격은 5만~15만원이다.



서울에서 담배꽁초 버리면

- 과태료 5만원: 강남구·중구·종로구용산구·동대문구
- 과태료 2만5000원: 동작구
- 과태료 3만원: 그 외 구
- 지난해 적발된 사람: 22만7333명
- 지난해 과태료 부과액: 97억76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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