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두 전직 대통령 영결식 보고 균형 잡힌 민주주의 뿌리내린다 생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44면

“전직 대통령들이 함께 자리한 가운데 열린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서 ‘한국식 단결심’을 볼 수 있었습니다.”

3년 임기를 마치고 곧 한국을 떠나는 노르베르트 바스(사진) 주한독일대사는 “이처럼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이나 정부가 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바스 대사는 “두 번의 거국적 행사를 통해 한국에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감정적으로 균형잡힌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06년 9월 처음 부임했을 때와 비교해 한국이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을 묻는 질문에 “국제화 속도가 더욱 빨라진 것”이라고 대답했다. 특히 한국사회에 비판과 논쟁이 활발해진 것 같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지나친 민주주의가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다는 지적에 그는 “이는 민주주의가 불안하고 흔들릴 때 쓰는 말”이라며 “현재 한국의 민주주의는 활발하고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바스 대사는 “독일어에는 ‘빨리 빨리’와 어감이 비슷한 ‘달리달리(dalli dalli)’란 말이 있다”며 “한국과 독일 두 나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국민성을 공통으로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장점을 살려 양국 관계 발전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금융위기와 같은 글로벌이슈에서도 한·독 양국이 세계무대에서 적극 협력해나갈 것을 제안했다.

그는 “독일은 유럽연합(EU)의장국으로 있을 때인 2007년 한국·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적극 추진했다”며 “FTA가 머지않아 비준되면 한·EU는 물론 한·독 경제 협력 관계도 한 번 더 도약하리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FTA만으로 기적이 일어나기는 어렵다”며 지나친 낙관주의는 경계했다.

바스 대사는 재임 중 독일 통일의 경험을 한국에 알리는 데도 앞장섰다. 각종 학술회와 토론회에 참석해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것이 남북한 관계와 북한 발전의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다음에 한국에 다시 오면 재임 중 못했던 금강산 방문과 지리산 등산을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경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