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명부제는 유신때나 하는 일' YS, 또 직격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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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년만에 정부 조직을 다시 바꾸는 게 '준비된 대통령' 이냐. "

김영삼 전 대통령이 9일 또 다시 김대중 대통령에게 포문을 열었다.

4일에 이어 이날 상도동 자택으로 박관용 부총재를 비롯, 김정수.김진재.박희태.이강두.나오연.김형오.정문화.정형근.권철현.노기태.박종웅 의원 등을 만찬에 초청한 YS는 또 여권이 제기하는 정당명부제에 대해 "그런 특이한 선거제도는 유신이나 국보위같이 헌법이 정지된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나 나온다" 고 비난했다.

"일부는 몰라도 다수 의원을 국민이 직접 뽑지 않는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 는 것. 만찬에선 의원직을 상실한 홍준표 의원 얘기도 나왔다.

의원들이 정치사찰이 심하다며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 고 하니까 YS는 "그 정도로 뭘 겁을 내느냐" 면서 자신의 정치역정을 떠올렸다.

김형욱 정보부장 시절 초산세례를 받은 일 등을 열거한 뒤 "피하고 도망다니는 것은 어려운 게 아니다.

스스로 밀고나가 싸워야 민주투사가 된다" 면서 "어렵더라도 당당하게 정도를 가는 용기있는 정치인이 되라" 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자신과 金대통령을 비교하며 "민주화투쟁을 해도 내가 많이 했다.

어려움도 더 많이 겪었다" 고 주장했다.

한편 의원들이 상도동 집에 들어서자 비서들이 '손명순 여사 얘기' 는 꺼내지 말라고 주문했다.

孫여사가 기자회견을 하지 않도록 설득했다는 보도에 화가 나있기 때문이라는 것. YS는 11일에도 유사한 자리를 만든다.

유광종.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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