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컷] 13년만의 '이임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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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8일 새 사장을 선임한 MBC. 이날 노성대 신임사장 못지 않게 화제에 오른 것은 떠나는 이득렬 사장이었다. MBC가 86년 이웅희 사장 이후 13년만에 이임식다운 이임식을 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MBC가 사장 이임식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은 MBC 사장 문제가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가를 말해준다. 88년 물러난 황선필 사장은 청와대 대변인으로 일했던 문제 등으로 인해 임기를 다하지 못하고 떠났다.

다음 사장으로 선임된 김영수 사장은 노조 등의 반발에 부닥쳐 제대로 일을 해보지도 못하고 3개월만에 자리를 내줘야 했다.

김사장 후임이었던 최창봉 사장은 3년 임기를 채운 뒤 연임됐지만 역시 사내 반발 등으로 93년 3월 조용히 떠났다. 이어 취임한 강성구 사장은 최초의 MBC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노조와 갈등을 빚다가 96년 7월 사임했다.

자리를 이어받은 이득렬 사장은 KBS.SBS에 뒤처진 시청률을 짧은 기간에 1위 자리로 끌어올렸고 노조와의 갈등을 푸는데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들어선 '프로그램 구조조정' 을 강조하며 공영성을 강화하는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이사장은 "MBC 사원으로 출발해 사장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커다란 행운이었다" 면서 "노사화합을 일궈낸 것이 가장 큰 보람" 이라고 떠나는 심정을 밝혔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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