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 인질범 잡아…'돈노려 범행' 1명 검거,1명 수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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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롯데그룹 신격호 (辛格浩) 회장 부친 (辛鎭洙.73년 작고) 의 시신 일부를 도굴한 뒤 거액을 요구한 범인 중 1명이 대전에서 붙잡혔다.

대전 동부경찰서는 7일 이 사건의 범인으로 임종순 (任鍾淳.34.다방업.대전시대덕구오정동) 씨를 분묘 발굴 사체 영득 (領得.취득하여 제것으로 만듦) 및 공갈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任씨의 자백에 따라 任씨와 함께 범행을 한 정금용 (鄭金溶.38.무직.대전시대덕구오정동 한남아파트) 씨를 전국에 수배했다.

경찰은 任씨를 추궁, 任씨가 오정동에서 운영하는 흙다방 3층 옥상 폐 오락기 안에서 도굴된 辛회장 부친의 유골 일부를 발견, 대전중앙병원 영안실에 안치했다.

한편 신춘호 (辛春浩.농심그룹 회장) 씨 등 辛회장의 동생 3명이 이날 밤 유골을 경찰로부터 인수했다.

◇범행동기 =任씨는 경찰에서 "동네 선배인 鄭씨가 범행 현장에서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자' 고 말했다" 고 밝혔다.

任씨는 또 "협박전화를 건 적이 없다. 辛회장과는 특별한 원한 관계가 없고 단지 묘지가 야산에 있어 범행이 쉬울 것으로 보고 범행대상으로 택했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任씨는 "나는 그다지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고 말해 명확한 범행동기는 鄭씨가 검거돼야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검거 =경찰은 7일 오전 4시쯤 범인들의 친구 양모씨로부터 제보를 받고 오전 8시쯤 대전시대덕구중리동 양씨집 앞에서 任씨를 붙잡았다.

양씨는 경찰에서 "이날 오전 3시까지 동네 선후배 사이인 범인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범행 이야기를 들었으며, 고민하다 신고하게 됐다" 고 말했다.

◇범행과정 =경찰조사 결과 任씨와 鄭씨는 지난달 말 대전시내 모 서점에서 辛회장의 전기인 '신격호의 비밀' 을 구입해 읽었다.

이들은 이어 지난 1일 울산시울주군언양읍 辛회장 부친의 묘소를 답사했다.

이들은 3일 오전 대전시대덕구오정동 모 공구상에서 묘지 도굴에 사용할 곡괭이 등을 산 뒤 같은날 오후 2시쯤 친구 양모씨에게서 이틀 전에 빌려두었던 흰색 프린스 승용차를 타고 대전을 출발했다.

이들은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오후 3시쯤 울산시울주군언양읍 언양 톨게이트에 도착해 부근 아파트에 차를 주차시켜 놓고 식사를 했다.

이어 오후 8시쯤 辛회장 부친의 묘가 있는 언양읍구수리 충골산에 올라가 5시간여동안 도굴작업을 했다.

◇범인주변 =任씨와 鄭씨는 10년전 충남 금산에 있는 타월공장에서 일하다 알게 됐으며, 회사가 부도난 뒤 같은 동네에 살아 자주 만났다.

경찰에 따르면 鄭씨는 절도 등 전과 9범이며, 任씨는 2년전 鄭씨로부터 다방을 인수했다.

◇수사 =경찰은 "鄭씨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고 진술하는 任씨를 상대로 鄭씨의 행방을 캐는 한편 정확한 범행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鄭씨의 고향인 충북영동과 친인척.친구 집에 형사대를 급파했다.

대전 = 이석봉.김방현.배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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