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균의 뉴욕에세이]동심 사로잡는 日만화 '포케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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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요즈음 우리 집에서 가장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초등학교 1학년생인 아들이다.

매일 저녁 자명종 시계를 오전 6시50분에 맞춰놓고는 따르릉 소리와 함께 '칼같이' 일어나 용수철처럼 TV 앞으로 달려간다.

채널11에서 오전 7시부터 30분간 방영되는 시리즈 만화영화 '포케몬' 을 보기 위해서다.

거실에서 들려오는 깔깔거리는 웃음소리, 흥분된 고함소리 때문에 다른 식구들까지 늦잠은 아예 꿈도 못꿀 처지가 됐다.

꼭두새벽부터 무슨 짓이냐며 야단도 쳐보고, 애들은 잠을 많이 자야 키가 커지고 힘도 세진다고 꾀어도 봤지만 도저히 말을 안듣는다.

주말에 놀러가자고 말하면 자기는 남아서 집을 보겠다 (포케몬을 못볼까봐) 고 답하는 판이니 그야말로 대책이 없다.

문제는 우리 집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이다.

같은 반의 조너선.루케스.콘스탄틴네도 마찬가지다.

'포켓 몬스터 (Pocket Monster)' 의 준말인 포케몬은 일본에서 건너온 만화영화다.

'피카추' '버브솔' '차만더' 등 1백50마리의 다양한 괴물이 등장, 각자 힘과 특기를 발휘해 싸움을 벌이는 내용이다.

TV 만화영화 외에 비디오 게임도 나와 있고, 주인공들의 모습이 담긴 카드도 여러 세트로 묶여 판매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문방구나 장난감 가게는 포케몬 관련상품을 사려는 어린이와 부모로 북새통이다.

가격이 보통 10~30달러로 만만치 않지만 벌써 몇억장이 팔려나갔다고 한다.

초등학교 남학생들 사이에는 누가 등장인물의 이름을 많이 외우는지, 누가 카드를 많이 갖고 있는지를 겨루는 놀이도 유행이다.

포케몬이 미 대륙에 상륙한 것은 지난해 가을인데 불과 몇달만에 동심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비디오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슈퍼 마리오' 에 이어 '다마곳치' , 그리고 '포케몬' 에 이르기까지 일제 어린이 상품은 미국에서 줄줄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미국까지 와서 자식에게 일제를 사안겨야 하는 한국 부모의 마음은 어쩐지 썰렁하기만 하다.

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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