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주요한 '불놀이'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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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아아 춤을 춘다, 춤을 춘다, 시뻘건 불덩이가, 춤을 춘다. 잠잠한 성문 우에서 나려다 보니, 물냄새 모랫냄새, 밤을 깨물고 하늘을 깨무는 횃불이 그래도 무엇이 부족하야 제 몸까지 물고 뜯을 때, 혼자서 어두운 가슴 품은 젊은 사람은 과거의 퍼런 꿈을 강물 우에 내어던지나, 무정한 물결이 그 그림자를 멈출 리가 있으랴고.

- 주요한 (朱耀翰.1900~79) '불놀이' 중

1919년 한국 최초의 동인지 '창조' 1호에 한국 최초의 산문시 '불놀이' 가 발표된다.

시의 무대는 평양 대동문 위에서 내려다보는 대동강 기슭의 밤이다.

초파일 밤 불놀이인데 오늘에도 그 생기가 여실한 역작이다.

이 시가 발표되는 전후로 그는 상해 임정에 참여, 독립신문을 편집했다.

제2공화국 상공부장관이었다.

전봇대 만한 키에 도수 있는 안경인데 풍채는 순한 염소를 떠올렸다.

김동인과 고향 친구이자 함께 문학사 속의 인물이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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