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새뚝이]부천 학부모회 회장 최옥정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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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고교 1년생과 중2 학생의 어머니인 최옥정 (崔玉正.44.주부) 씨는 경기도 부천지역의 학교사회에서 '복서' 로 통한다.

1백60㎝ 남짓의 크지않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에 근엄한 교장.교감이나 우람한 교사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렇다고 우격다짐 힘자랑을 하는 것은 아니다.

급소를 찌르는 예리한 지적과 비판이 '복서' 의 무기다.

崔씨는 부당한 관행인데도 아이가 잘못될까봐 싫다고 말할 수 없는 '꿀먹은 학부모' 신세가 답답했다.

그래서 94년부터 부천시 학부모회에 참여했고 그때부터 '말 펀치' 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당시 어머니회 임원을 맡았는데 교장실을 수리해달라,에어컨을 사달라는 등 거절하기 힘든 요구가 이어졌어요. " 崔씨의 '부당한 관행' 과의 싸움은 이때부터 본격화됐다.

지난 94년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부천지역에서 학교급식이 전면 확대되면서 시설비의 90%를 학부모들의 주머니에 의존하려하자 '전면 반대' 운동을 이끌었으며 시의회에 '급식시설 재원확보 조례' 를 위한 청원을 내 이를 관철시켰다.

97년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학교운영위원회 선거에서 학교측이 총회구성.안내의 절차없이 선거를 치르자 경기도교육청에 진정을 내 재선거를 하도록 만들었다.

지난해 부천동중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을 맡고 나서 동료 위원들과 함께 졸업앨범 제작 관행을 뜯어고쳤다.

몇몇 회사가 각 지역의 학교를 갈라먹 듯 수십년간 관행처럼 이뤄져온 앨범제작 방식을 버리고 신문에 업체선정 공모를 낸 뒤 신청업체들이 낸 제작계획서를 일일이 점수화해 업체를 공개선정하기도 했다.

崔씨는 일반 학부모들에게 "내 자식에 집착하는 이기심을 버리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공평한 관심을 가지며 모두가 같이 나서면 모든 게 의외로 쉽게 바뀔 수 있다" 고 권고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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