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빳빳한 현금 1억7,00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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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일 오전 서울 무교동 코오롱상사㈜ 본사 2층 대회의실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팀장인 심흥식 (沈興植.42) 씨를 비롯, 29명으로 구성된 스포츠사업부 잭 니클라우스 팀이 우수경영팀으로 선발돼 전원이 '빳빳한' 현금으로 포상금을 받는 시상식이 열린 것.

沈팀장이 1천2백만원의 '성과급' 을 받은 것을 비롯, 팀의 막내격인 말단 여사원도 3백만원을 손에 쥔 '돈벼락' 을 맞았다. 이날 이 팀에 지급된 돈은 현찰로 1억7천여만원. 회사측은 '새 돈' 으로 모으기 위해 2주 가까이 여러 은행을 접촉했고, 현찰은 종이 상자에 담겨져 각자에게 전달됐다.

회사 관계자는 "종업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현찰을 지급했다" 고 설명했다.

沈팀장은 "단 한명의 팀원도 구조조정 없이 이런 결과를 달성하게 돼 기쁘다" 며 "팀원 한명 한명이 모두 내 회사란 마인드를 가진 것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며 기뻐했다.

이날 행사는 코오롱이 새로 도입한 새로운 이윤분배제도인 '보스 (BOSS)' 시스템의 첫 성과에 대한 이익을 공유하는 자리였기 때문. 보스 시스템은 팀 단위로 회사와 미리 목표를 설정한 후 이를 초과 달성했을 경우 초과액의 일정분을 해당 팀원에게 돌려주는 국내 최초의 이익분배제도다.

목표 달성 1백50%까지는 초과분의 15% ▶1백50~2백% 달성 땐 17.5% ▶2백% 달성 때는 최고 22.5%까지 주게 된다. 이런 계약에 따라 잭 니클라우스팀은 매출.이익에서 각각 당초 목표보다 10억원을 초과달성해 이날 1억7천여만원의 포상을 받은 것.

특히 이날 영예는 아무도 이 팀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치 않은 가운데 이뤄져 더욱 값졌다. 이 팀은 IMF직후 소비가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매출이 전년대비 최고 30% 이상 급전직하 하는 등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보스 시스템이 도입된 후 하루에도 수십차례의 팀 회의를 거쳐 조직과 전력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내부 정비작업에 착수했다.

유통망 관리체계를 뜯어 고친 데 이어 매장 중심의 기존 영업장 관리를 지역별 관리시스템으로 전환했다. 이어 2~3일 이상 걸리던 물류시스템도 1일 체제로 당기는 등 물류의 기동성도 높였다.

이와 함께 브랜드의 대부분이 고급 소비자들을 겨냥한 점을 감안, 할인율을 오히려 낮추는 역발상으로 고급 브랜드 이미지 유지 전략을 고수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매출과 이익이 상승 곡선으로 돌아섰고 이날 우승을 차지한 것.

코오롱이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지난해 8월. 계열사별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라는 이웅렬 (李雄烈)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 시범 운영을 거쳐 올해부터는 25개 회사 전부서에 이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1천6백여명 임직원중 3분의2 가량인 1천1백여명이 '보스 시스템' 의 적용 대상자가 됐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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