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말을 생각해보자.
파랗다. 하얗다. 깨끗하다. 싱그럽다.
신선하다. 짜릿하다. 후련하다.
기분 좋은 말을 소리내보자.
시원하다. 달콤하다. 아늑하다. 아이스크림.
얼음. 바람. 아아아. 사랑하는. 소중한. 달린다
비!
머릿속에 가득한 기분 좋은
느낌표를 밟아보자.
느낌표들을 밟아보자. 만져보자. 핥아보자.
깨물어보자. 맞아보자. 터뜨려보자!
- 황인숙 (黃仁淑.41) '말의 힘'
침중한 베토벤이다가 껑충껑충 뛰노는 모차르트라면 금세 웃음 가득한 입 안이 된다. 아니 고전이기보다 영화음악 혹은 경음악이면 어깨마저 들썩일 일이다.
말은 말의 참 (讖) 만이 뜻 깊은 건 아니다. 이렇게 기분 좋은 음악으로서의 말 한 마디가 얼마나 큰 위로인가. 세상의 시름 중에 상쾌한 살 맛이다.
젊은 시인에게 이다지 깜찍한 삶의 방법이 있다니….
고은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