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황인숙 '말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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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기분 좋은 말을 생각해보자.

파랗다. 하얗다. 깨끗하다. 싱그럽다.

신선하다. 짜릿하다. 후련하다.

기분 좋은 말을 소리내보자.

시원하다. 달콤하다. 아늑하다. 아이스크림.

얼음. 바람. 아아아. 사랑하는. 소중한. 달린다

비!

머릿속에 가득한 기분 좋은

느낌표를 밟아보자.

느낌표들을 밟아보자. 만져보자. 핥아보자.

깨물어보자. 맞아보자. 터뜨려보자!

- 황인숙 (黃仁淑.41) '말의 힘'

침중한 베토벤이다가 껑충껑충 뛰노는 모차르트라면 금세 웃음 가득한 입 안이 된다. 아니 고전이기보다 영화음악 혹은 경음악이면 어깨마저 들썩일 일이다.

말은 말의 참 (讖) 만이 뜻 깊은 건 아니다. 이렇게 기분 좋은 음악으로서의 말 한 마디가 얼마나 큰 위로인가. 세상의 시름 중에 상쾌한 살 맛이다.

젊은 시인에게 이다지 깜찍한 삶의 방법이 있다니….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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