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수명 30년짜리 터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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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유럽의 지붕 알프스산맥은 이탈리아반도 북부를 활처럼 감싸고 있다.

따라서 중유럽에서 이탈리아로 가기 위해선 알프스 준령 (峻嶺) 을 넘어야 한다.

한니발과 나폴레옹도 그렇게 이탈리아로 갔다.

지금도 알프스를 넘는 도로는 좁고 가파르다.

유럽인들은 이 문제를 터널로 해결했다.

근대 터널기술은 알프스에서 탄생했던 것이다.

알프스 최초의 터널은 1857년 착공해 71년 개통된 몽스니 터널이다.

당시 유럽에선 철도망이 확장돼 가던 때로 알프스를 넘는 일은 유럽 전체 철도망 구축에 최대의 과제였다.

통일이탈리아는 몽스니 터널을 국가사업으로 정했다.

새로 고안된 공기착암기를 사용해 해발 2천m가 넘는 몽스니산과 프레쥐스산을 12.8㎞나 파들어가 터널을 관통시켰다.

이로써 이탈리아 토리노와 프랑스 그레노블이 이어졌다.

몽스니 터널 개통후 알프스에 터널 붐이 일자 스위스는 여기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터널을 뚫기 시작했다.

1872년 착공해 10년만에 완성한 생고타르 터널은 길이 15㎞로 유럽의 남북을 연결하는 최단 루트다.

알프레드 노벨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가 처음 사용된 것으로도 유명한 생고타르 터널은 1980년 고속도로용 터널이 개통됨으로써 철도와 자동차가 함께 달릴 수 있게 됐다.

알프스터널 가운데 가장 긴 길이 19.8㎞의 생플롱 터널은 스위스 브리크와 이탈리아 이셀레를 잇는 것으로 1905년 개통됐다.

그후 76년간 세계 최장의 터널이었다.

생플롱 터널은 해발 6백80m로 비교적 고도가 낮다는 이점이 있었지만 섭씨 50도 가까운 지열과 거대한 수맥 (水脈) 등 최악의 조건 속에서 공사가 진행됐다.

생플롱 터널은 현재 시속 1백40㎞의 고속열차가 달린다.

알프스엔 이밖에 알베르크 (10.3㎞).뢰치베르크 (14.6㎞) 터널이 있는데, 이들 모두 완공후 9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건재하다.

서울 시내 남산 1호터널과 2호터널이 개통된 것은 지난 70년이다.

'싸우면서 건설하는' 박정희 (朴正熙) 방식으로 두 터널은 1년반만에 완공됐다.

그러나 지난 95년 1호터널이 보수공사를 벌이더니 이번엔 2호터널이 '새로 터널을 뚫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대대적 보수공사에 들어간다.

성수대교의 경우 붕괴후 재개통까지 33개월간 직.간접 손실이 1조원이 넘었다고 한다.

2호터널을 보수하는 2년3개월 동안 또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이 낭비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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