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바둑] 이창호-마샤오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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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26과 31의 실전심리

제2보 (20~42) =실리를 움켜쥐면 감각이 살아나는 마샤오춘. 이창호9단은 그래서 馬9단의 실리를 견제하고 싶다. 그 심정이 17분을 장고한 뒤 등장한 26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이곳을 밀릴 수 없다는 각오. 다분히 전략적이다.

그러나 조훈현9단은 바둑의 근본적인 '감각' 을 주장한다. 그는 26은 이상하고 오직 27자리에 잇는 한 수라고 말한다.

권투선수는 링에 오르면 달라진다. 프로기사도 해설할 때와 실전심리는 판이하다. 해설을 너무 많이 하면 실전감각이 죽는다는 설 (?) 도 있다.

이론과 실제의 차이일까. 하지만 26은 역시 이상했던 듯 33까지의 결과는 흑이 약간 두텁다는 쪽으로 판정이 나고 있다. 조훈현9단이 다시 말한다.

"31로 바로 끊었으니 망정이지 한번 빠져 두었으면 백이 훨씬 고약했다." 그것이 '참고도' 흑1~5.똑같은 후수라도 뒷맛이 다르다. 흑A에는 언제나 B로 받아야 하니 집 손해는 없다. 대신 C로 밀때 압박감이 다르고 또 7까지 (실전의 35가 아니라) 육박할 수 있다.

'두 점으로 키워 죽인다' 는 초보적인 기훈 (棋訓) 이 새삼 떠오르는 장면이다. 이론은 그렇지만 두 대국자는 살기 짙은 숲속을 걷고 있는 심정이어서 그렇게 느긋할 수 없다.

바로 눈앞에 적이 있다. 그 숨소리가 고스란히 들려온다. 실전은 언제나 좀 더 절박하다.

35로 벌리자 36의 침입. 그리고 38, 40에 이은 42의 강수. 기다림의 이창호도 오늘은 강인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박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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