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행 매각으로 인한 은행판도 변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서울은행 매각으로 은행 구조조정 지도가 모두 완성됐다.

천편일률적이었던 국내 은행가도 이제는 각기 색깔이 다른 4개 그룹으로 나뉘게 됐다.

◇ 외국계 은행의 등장 = 씨티은행이 있기는 했지만 전국적인 지점망을 갖춘 제일.서울은행이 외국인에게 넘어감에 따라 본격적인 외국계 은행 영업시대를 맞게 됐다.

특히 서울은행을 인수한 HSBC는 국내에서 가계.중소기업 대상의 소매금융에 주력할 계획이어서 가계 신용대출 등에 새 바람을 몰고올 전망이다.

그러나 외국계 은행은 대출 신청자가 장래에 돈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 여부까지 따지는 등 신용평가가 매우 까다로워 제일.서울은행과 거래해온 기업 중 상당수는 단기적으로 자금난에 몰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 대형 합병은행의 탄생 = 한빛.조흥.국민은행 등은 합병 후 자산이 1백조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은행이 됐다.

그만큼 자금력이 생겨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도매금융 쪽에선 압도적 경쟁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 은행은 정부로부터 공적 자금을 지원받는 대가로 정부의 경영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도 받고 있다.

◇ 합작 및 민간은행의 부상 = 외환.신한.한미.하나은행 등이 이 부류에 속한다.

외환은행은 비록 한국은행의 우회출자를 받게 되지만 독일 코메르츠방크가 최대주주로 부상해 정부 입김을 막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지방은행의 위축 = 소규모 지방은행의 설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결국 상호신용금고로 업무영역을 좁히든지 인근 지방은행간 합병으로 덩치를 키우는 게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경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