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들 침입자 경계 한쪽눈 뜬채 잠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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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쪽 눈만을 감고도 잠을 잘 수 있을까. 사람이라면 어림 없는 일. 그러나 오리를 비롯한 조류의 세계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미국 인디애나 조립대학 연구팀은 최근 오리의 수면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 상당수 오리들이 한쪽 눈은 뜬 채로 잠을 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과학저널 네이처 최근호를 통해 발표된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오리의 반쪽 수면은 단순히 한쪽 눈을 감는데 그치지 않고 뇌 역시 절반만 자는 특이한 형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의 라텐보그는 "오리의 반쪽 수면은 반사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오리 스스로 이런 수면을 조절한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고 말했다. 그는 오리의 반쪽수면을 주변의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상시 경계활동' 의 일환인 것으로 해석했다.

오리를 16마리를 4개의 그룹으로 나눠 줄을 세웠는데 바깥쪽에 있는 오리의 경우 32%가량이 한쪽 눈을 뜬 채로 잠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집단의 안쪽에 있는 오리에서는 이런 비율이 12%대에 머물렀다.

또 이렇게 한쪽 눈을 뜬 채로 잠잘 때 '뜬눈' 은 거의 집단쪽이 아닌 바깥쪽을 향한 눈이었다.

반쪽 수면을 한 오리에 대한 뇌파판독결과 뇌의 절반은 완전히 잠든 상태였으며, 다른 뇌는 깬 상태와 수면중인 상태의 중간 정도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이런 반쪽 수면현상이 돌고래나 몇몇 수중동물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한쪽이라도 눈이 떠있다면 진짜 잠들었다고는 할 수 없다며 이번 연구결과를 반박하고 있다.

펜실베니아 주립대의 데이비드 딘제스박사는 "반쪽 수면은 중요한 발견이지만 다시 검증돼야할 것" 이라고 말했다. 오리가 반쪽 수면을 취하면서 얼마나 의식이 명료한지 알 길이 없다는 것.

연세대의대 민성길교수는 "사람들의 경우 잠이면 잠, 아니면 아닌 것이지 중간상태는 없다" 고 말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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