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 주부 뜨개질 공공근로사업 성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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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박옥희 (朴玉喜.37.군산시회현면원우리) 씨는 요즘 다섯 살짜리 딸 진주

(眞珠) 의 손을 잡고 영화동 여성복지회관에 나가 종일 뜨개질을 한다.

이 뜨개질은 朴씨가 취미삼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실직가정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공공근로사업의 하나다.

옆에서 보기엔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한자리에 앉아 털 조끼를 짜다보면 눈이 시리고 어깨.목 등이 저려올 만큼 힘든다.

그러나 朴씨 같은 뜨개질 주부 74명은 "뜨개질로 가계에 보탬을 주고, 뜨개질한 조끼들이 어려운 이웃에 전달된다는 데 대해 일석이조의 기쁨을 느낀다" 고 입을 모았다.

군산시는 지난달 13일부터 이같은 뜨개질 공공근로사업을 실시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주 5일 나와 뜨개질을 한 뒤 1주일에 조끼 한 벌씩을 내는 실직가정 주부들에게 일당 1만9천원씩을 지급하고 있다.

어린 자녀가 있거나 가족 중에 환자가 있어 집을 비우기 어려운 가정주부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으로 뜨개질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채택한 것.

이들이 한 올 한 올 떠올린 사랑의 조끼 2백10점은 설 대목에 소룡동 수심양로원과 신창동 삼성애육원 등 시내 6곳의 복지시설에 설빔으로 전달했다.

처음엔 1백여명이 신청했지만 "일이 힘들어 못하겠다" 혹은 "다른 일을 해보겠다" 며 26명이 중도하차했으나, 나머지 사람들은 집에서 혼자 일을 하다 뜨개질을 제대로 할 줄 모르거나 작업 능률이 안 오른다며 복지회관에 모여 함께 일하게 됐다.

전주시는 1분기 공공근로사업이 끝나는 다음달 31일쯤 소년소녀가장과 홀로 사는 노인 등에게 이 사랑의 조끼를 추가로 보낼 계획이다.

군산시 조정자 (趙貞子)가정복지과장은 "처음엔 뜨개질을 생소한 것이라며 다들 의아해 했으나, 이젠 좋은 아이디어로 인정받고 있다. 사업비만 허용되면 2분기에도 뜨개질을 공공근로사업으로 계속 추진하겠다" 고 밝혔다.

군산 =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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