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윈-윈 구도의 남북대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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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남북 당국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미국 LA타임스와의 기자회견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상당한 레벨에서 북과의 대화를 시도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고 했으며 같은 날 평양방송은 "대화와 접촉은 언제, 어디서, 어떤 형식으로 진행해도 좋다" 는 화답을 해 왔다.

우리는 남북 당국간 대화는 빠를수록 좋다는 전제 아래 그것이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한반도 냉전구조를 종식시키는 실질적인 대화가 되기를 촉구한다.

지금 북한은 두개의 족쇄에 묶여 있다.

하나는 미국의 대북 (對北) 경제제재고 또 하나는 당장의 식량난에서 움치고 뛸 수도 없는 절박한 사정이다.

이 족쇄를 풀기 위해서도 미국과 핵사찰문제를 타결하면서 다각적 경제지원을 얻어내야 하고 남쪽과의 대화와 경협을 통해 비료지원과 식량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가 보기에 북한은 그만큼 긴박한 입장이다.

우리로선 미사일과 핵문제, 그리고 침략포기 등을 북으로부터 확실히 받아내면서 전쟁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당면 문제다.

북은 경제난 해소고 남 (南) 은 전쟁위험 해소라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당면 목표를 갖고 있다.

따라서 남북 대화는 한번 반짝했다 마는 정치적 이벤트가 아닌 남북 상호간의 윈윈 (Win - Win) 구도의 대화여야 한다.

윈윈구도의 대화가 되기 위해선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란 있을 수 없다.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라 서로 뭔가를 얻어내는 쌍방 호혜적 대화여야 한다.

그 첫 걸음으로 남이 조건없는 비료지원을 약속하고 북은 이산가족상봉문제를 아무런 제한 없이 토론의 장에 부쳐 현실 가능한 상봉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런 1차적 신뢰의 대화 성과 토대위에서 미사일.핵문제 등 전쟁위협을 제거하는 군사문제로까지 논의가 확대돼야 할 것이다.

이미 우리 정부는 상호주의 원칙을 신축성있게 적용한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비료와 상봉은 등가 (等價) 의 대칭적 교환물이 아니다.

남과 북이 함께 풀어야 할 민족사적 문제다.

북도 더 이상 이를 미룰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

금강산 관광단에 모란봉 교예단 시범경기를 보여주었듯 이 곳에서 남북 이

산가족상봉까지 실현된다면 분단의 한 (恨) 도 많이 풀릴 수 있다.

이 점을 북한은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우리도 북의 달라진 태도에 따라 장기수 송환문제나 보안법 개선 문제 등을 북과의 흥정용으로서가 아니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

지난번 베이징 (北京) 비료회담처럼 제3의 장소에서 당국자간 회담을 열 필요도 없다.

우리 문제인 만큼 우리 내부의 어느곳, 예컨대 판문점이나 금강산지역에서 만나 남북간 실질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래야 대화의 의미도 높아질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남북대화란 남과 북의 상생 (相生) 과 공영 (共榮) 을 위한 자리다.

거창한 명분만 앞세워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해선 안된다.

민족간 화합과 교류를 위한 실천적이고 실질적인 접근이 빠른 시일안에 이뤄지도록 남북 당국이 적극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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