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한계 다다른 '노동계 햇볕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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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는 일단 노동자들을 달래고 있다.

노동계가 요구해온 '실직자 초 (超) 기업 노조 가입 허용' 과 '구속 노동자 석방' 등을 수용할 방침이며, 민주노총의 합법화도 검토 중이다.

3.1절을 기해 지난해 구속된 민주노총 단병호 (段炳浩) 부위원장 등 20여명의 노조 간부들을 사면하고 6백여명을 복권시키며 9명에 대해 수배해제하는 등 유화조치가 뒤따른다.

노동부 김원배 (金元培) 노정국장은 이밖에 "노사정위의 위상 강화와 정리해고시 법절차 준수, 부당노동행위 사업주 처벌 등 노사정위에서 합의한 사항들을 지켜나가겠다" 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측의 정리해고 중단 요구에 대해선 완강하다.

김상남 (金相男) 노동부 기획관리실장은 "무리한 요구를 내세워 불법파업을 벌인다면 노동계도 엄청난 손실이 불가피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수용할 것은 수용하되 불법행위에는 엄정 대처하는 원칙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노동계가 냉소적이라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1년간의 협상과정에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진 탓이다.

거기에는 정부의 약속위반 외에 서투른 대응도 한몫했다는 것이 노사정위 한 전문위원의 말이다.

대표적 사례로 노사정위의 구조조정 협의과정에서 노동계가 배제된 것을 꼽는다.

그는 "정부는 지난해 금융기관 구조조정 때에 이어 올해 공기업 임금삭감 때도 노동계와의 협의를 생략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고 지적했다.

"노사정위라는 테이블이 있는 만큼 정부가 최소한 '협의' 하는 절차만은 지켰어야 한다" 는 얘기다.

정부 부처간에 손발이 맞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말 기획예산위원회가 99년 공기업 임금삭감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자

노동계를 달래야 할 노동부측이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실직자들의 초기업 노조 가입 허용 역시 이미 지난해 노사정위에서 합의했음에도 법무부의 반대로 진통을 겪은 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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