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창업]실직 형제.처남.동서 합세 즉석행운권 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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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IMF를 긁으세요! 작은 행운을 잡으세요. " 심재준 (沈載濬.33) 씨에게 지난 1년여는 지옥과 천당을 오간 나날이었다.

친지들까지 IMF의 직격탄을 맞고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월 순수익 1천만원의 사업가로 변신했다.

상고를 졸업한 沈씨는 회사원 생활을 하다 97년 특허까지 움켜쥐고 실내공

기 정화사업을 시작, 짭짤한 재미를 봤다.

그러나 6개월만에 IMF가 불어닥쳐 사업 실패의 쓰라림을 맛봐야 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沈씨는 방황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가 착안한 사업은 소점포를 대상으로 하는 즉석 보너스행운권 사업. 명함 크기의 카드에 해당 업소에서 제공하는 보너스가 적힌 공간을 만들고 이를 은색 특수인쇄로 덮어 손님들이 직접 긁도록 하는 일종의 복권이었다.

시중에 유통되는 즉석복권을 각 점포로 옮겨놓은 것. 업소 특성에 맞게 음식점에서는 만두를, 노래방에서는 1시간 연장의 혜택을 주는 등 업주가 원하는대로 보너스를 기록할 수 있게 했다.

회사에서 퇴직한 沈씨의 둘째형 재환 (41) 씨와 소규모 무역상을 하다 좌절한 동생 재훈 (31).실직한 처남 이준희 (29) 씨와 동서 박상완 (27) 씨, 부인 이인자 (33) 씨가 의기투합해 '청송 토탈디자인' 을 세웠다.

첫째형 재신 (43.회사원) 씨도 틈틈이 도움을 줬다.

이들은 일단 각 업소를 발로 뛰며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 며 문전박대당하기 일쑤였다.

머리를 맞댄 끝에 이들은 전략을 수정했다.

007가방을 든 고리타분한 영업사원의 냄새를 벗고 '중국집 번개맨' 으로 분장했다.

철가방 안에 홍보전단과 견본을 가득 채우고 업소를 닥치는대로 돌아다녔다.

이들은 주인을 상대하기보다 손님을 상대로 홍보전을 폈다.

시큰둥하던 업주들도 손님들의 유쾌한 모습을 보고 서서히 반응을 보였다.

본격적인 주문에 들어간 지난해 12월 한달동안 이들 가족이 남긴 순수익은 1천4백여만원. 지난달엔 소주방.커피숍.미용실.꽃집.비디오가게.속옷점 등 도처에서 쏟아지는 주문 덕에 수입이 더 늘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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