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레이더] 바닥 다져질때까지 '서행운전'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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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주 종합지수는 551로 마감, 1월 22일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다시 말하면 지지난주 (25일~29일) 의 반등 시도를 무위로 돌린 것이다.

이로써 지난해 12월에 시작된 급등세가 꺾인데 이어 두달 앞서 시작된 보다 완만한 상승세조차 꺾인 것으로 생각된다.

지수가 6백을 넘었을때 주식을 산 사람들은 무슨 소리냐고 역정을 낼지 모르지만 월간으로 보면 1월 29일의 571은 12월 28일의 562를 웃돌아 연속 5개월간 상승한 셈이 된다. 2월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말과 같다.

이와 관련, 최근 몇몇 투자자들로부터 12월 이후의 주가 움직임이 '머리.양 어깨 (head and shoulders)' 모양이 아니냐 하는 질문을 받았다. 답하기 거북한 질문이었다. 1월 하순 주가가 마치 폭포수처럼 떨어져 내릴 때 필자의 머리를 스쳤던 바로 그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답변을 하자면, 주가하락과 함께 거래량도 한 계단씩 내려오는 모양이 거의 완벽하다 싶다. 더욱이 지난 4일의 거래량은 사상최대치 (12월16일의 3억9천만주) 의 3분의 1 수준이고 주간으로 본 지난주 거래량은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수준이다.

현재로선 왼쪽 어깨와 오른쪽 어깨의 높이가 엇비슷하지만 향후 아래로 기울어질 것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술분석은 이 쯤에서 끝내고 가치분석을 해보자. 거시경제지표의 호전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금리하락.환율안정.고용감소등으로 개별기업의 99년 이익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데 분석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하지만 98년 이익도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주가를 이익과 비교 (PER) 하기 보다 장부가치와 비교하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과거 10년 중 시장이 과열됐을 때 (89년초와 94년말) 주가는 주당장부가치의 1.5~1.7배까지 오른 반면, 97년 이후를 제외할 경우, 시장이 침체했던 92년 여름 0.6~0.7배까지 하락했다.

IMF 이전 상황이라면 현재 위치해 있는 1.0배는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IMF 상황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이상 과거 기준으로 판단하는데는 무리가 따른다.

비유를 하자면, 지반이 내려앉아 기차가 탈선하면 우선 인명을 구하고 부서진 차량을 치워야 한다.

또 선로를 복구하고 나서도 땅이 굳을 때까지 기차는 서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10년 싸이클의 바닥 수준을 돌파한 것은 선로복구작업이 일단 끝났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장기투자가들은 시장을 너무 어둡게 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서둘러 난리칠 시점도 아닌 듯하다.

권성철 증권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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