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한지에 설화적 소재…함섭 개인전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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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함섭 (57) 씨는 자신을 '신토불이' 작가라고 부른다. 그의 작품은 아닌게 아니라 재료부터 한국적이다. 전통 한지와 쪽.황경나무.홍화 등 우리 풀꽃을 이용한 채색까지. 하지만 무엇보다 원근법의 배제 등 '민화적 평면성' 을 추구하는 기법, 그리고 혼례.고분 (古墳).탈 등 설화적 소재를 녹인 일관된 주제의식에서 그의 '한국적인' 면모는 유감없이 발휘된다.

해외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이 독창성. 최근 2년에 걸쳐 샌프란시스코.쾰른.FIAC (파리미술견본시).마이애미 등 각종 아트페어에서 그가 그린 '한낮의 꿈' (Daydream) 연작은 끊임없는 호평을 받아왔다.

박영덕화랑 (02 - 544 - 8481)에서 개인전 (11일까지) 을 열고 있는 그는 원래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던 '미술 선생님' .90년부터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한지를 재료로 택한 것은 '독창성' 에 대한 고민에서였다. "누가 들고가든 '아, 저 그림은 함섭이가 그린 그림이구나' 할 정도로 정체성이 뚜렷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 한지도 닥나무 껍질을 볏짚 태운 잿물에 담궈 만든 '정통 한지' .이 한지를 꼬고 물들여 큰 바탕 위에 붙여나간다. 멀리서 던지기도 하고 브러시로 짓이기기도 한다.

전시되고 있는 40여 점은 대부분 지난해 작업한 것. " '한낮의 꿈' 이란 말하자면 '개꿈' 입니다. 살면서 이런저런 희망을 품지 않습니까. 헛된 꿈이기도 하지만 소박하지요. 이런 인간사에 얽힌 희망을 얘기하는 게 제 작업입니다. " 그의 작품이 추상적이지만 웬지 살갑게 다가오는 이유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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