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딴스홀을…'펴낸 미술평론가 김진송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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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있는 그대로의 날 것' 에 대해 사람들은 익숙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현대사에 대한 논의도 대개는 이미 가공.정돈된 것에서 대체하는 수준에 그치기 일쑤다.

하지만 미술평론가이면서 자칭 'B급 목수' 의 길을 걷고 있는 김진송 (41) 씨에 이르러 이런 고정관념은 완전히 해체되고 만다.

그가 방대한 자료수집과 힘든 집필작업 끝에 내놓은 '서울에 딴스홀을 許하라' (현실문화연구) .제목은 1937년 잡지 '삼천리' 1월호 실린 공개탄원서에서 따온 것으로서 레코드사.다방.카페 종사자들이 서울의 경무국장에게 올린 글이다.

"각하는 댄스를 한같 유한계급의 오락이요, 사회를 혼란케 하는 세기말적 취미라고 보십니까. (…) 부디 서울에 댄스홀을 허락하시어 60만 시민이 일본 동경에 가서 놀고오는 것 같은 유쾌한 기분을 맛보게 하소서. " 이게 촌티가 배어 있는 낯선 과거처럼 여겨질 건 당연하다.

하지만 김씨는 "그 시기와 공간의 일상성엔 우리 '현대 형성' 의 원형이 숨겨져 있다" 는 관점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우리 현대사에 접근하고 있다.

우선은 1920~30년대 개화기, 당시 사람들의 신문물과 첫 만남의 사연. 구두.전차.라디오.축음기.시계.양복 등과의 조우는 너무 낯설었다. 여기다가 30년대 '모던 뽀이' '모든 껄' 등 퇴폐적인 문화의 등장은 실로 충격이었다.

그가 뒤이어 주목하는 건 룸펜 인텔리리겐차 및 데카당의 길을 걷는 계몽주의 지식인들의 모습이다. "식민종주국의 부르주아문화를 이식한 결과로 이런 질곡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김씨는 대중문화의 형성과 신식 여성의 등장, 이와 관련한 패션과 성관념의 변화 등으로 말을 이어간다.

예를 들면 우리 20세기의 첫 삼십년을 '해방의 단발 시대' 로 보는 것 등이다. 이후 우리의 성과 육체에 대한 담론은 급격히 달라진다.

프로레타리아 연애관은 봉건적 억압에 대항하는 성의 해방론으로 확산돼 1929년 '삼천리' 11월호엔 한 여교사의 '남편 외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는 글이 실리기도 했다.

그의 이번 출간작업은 유실 직전인 사진.그림.영화포스터.레코드재킷 등 시각자료의 정리 차원에서도 의미부여를 할 만하다.

중앙대 강내희 교수의 경우 "안심하고 인용할 수 있는 문화연구서를 하나를 갖게 됐다" 고 평가할 정도. "묻혀진 역사의 복원에 이어 우리에 대한 본질적 물음과 대답을 남기는 작품" 이라는 문화평론가 이재현씨의 평가도 되새길 만하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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