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앞둔 검찰표정]개혁.탕평인사에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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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검찰 수뇌부가 다음주로 예정된 인사를 앞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 인사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인사는 사상 초유라는 검사들의 집단행동을 수습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검찰 수뇌부는 검사들의 집단반발이 발생한 배경에 인사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었다고 판단한다.

3일 새벽까지 대검에서 열린 평검사 회의에서도 이런 불만들이 많이 제기됐다고 한다.

게다가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도 이례적으로 검찰인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金대통령은 "이번 인사는 누가 봐도 공평하다는 말을 하게 될 것" 이라고 했다.

큰 방향은 잡혀 있다.

무엇보다 이번 인사는 '탕평 (蕩平)' 인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때마다 검찰내에서 나돌던 학맥 (學脈) 과 인맥 (人脈) , 정치권 '빽' 등의 이야기가 더 이상 나오면 안된다는 것이다.

서명파동이 터진 이후 김태정 (金泰政) 검찰총장은 "이번 인사를 한번 지켜보라" 고 말했고 이원성 (李源性) 차장은 "인사의 공정성을 내 목을 걸고 장관과 총장에게 건의하겠다" 고 강조했다.

이번에도 또 인사잡음이 나돌고 불만이 팽배하게 되면 검찰조직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무엇보다 자리가 그리 많지 않다.

현재까지 확보된 건 고검장 한자리와 검사장 자리 둘 뿐이다.

심재륜 (沈在淪) 대구고검장이 면직됐고 최병국 (崔炳國) 전주지검장.윤동민 (尹東旻) 법무부 보호국장이 사표를 내 생긴 것이다.

그러나 검사장 세자리만으로 개혁적인 느낌을 주는 인사를 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적어도 검사장급에서 7~8자리 정도가 비어야 '인사다운 인사' 를 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박상천 (朴相千) 법무장관과 金총장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검찰 몫인 헌법재판관.법무연수원장.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자리가 혹시 비게 되면 현직 고검장들을 그쪽으로 옮기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고 한다.

어차피 자리가 걸린 문제기 때문이다.

흐트러진 조직은 인사를 통해 추스르는 수밖에 없는데 현실적으론 자리도 한정돼 있고 개혁인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법무장관과 검찰 수뇌부의 고민이다.

이와 함께 이번 인사에선 묘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검찰내 '빅4' 로 일컬어지는 게 서울지검장.검찰국장.중수부장.공안부장이다.

그런데 이번 검찰파동의 핵심이 인사의 지역성이었던 만큼 역설적으로 호남 출신들은 이번 인사에서 역차별을 받을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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