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바둑] 이창호-마샤오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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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馬, 10연패 후 1승

총 보 (1~159) =불과 159수만에 승부가 났다. 장기전의 명수인 이창호9단은 패국 중에 단명국이 많다. 가끔 바둑이 이상하게 안풀릴 때 李9단은 100수 언저리에서도 돌을 던지곤 한다.

이 날의 패인을 살펴보자. 조훈현9단은 38을 놓고 "이건 너무하다" 며 그 과도한 침착성을 문제삼았다. 최소한 51에는 두어야했다는 것이다.

曺9단은 드물게 나타나는 이창호류의 이상감각 중에서도 38은 모델 케이스라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두번째는 60과 66.좌하에서 급하게 봉화 (烽火)가 오르고 있는데 멀리 60으로 대마에 가일수한 것은 한가했다.

李9단의 심중을 굳이 이해한다면 대마의 생명이 위험해서가 아니라 패싸움에 대비해 미리 팻감을 없앤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정작 61부터 64까지 패가 벌어지고 마샤오춘이 65로 패를 써왔을 때 李9단은 이 판 최대의 장고를 거치더니 66으로 패를 받아버린 것이다.

안받겠다는 60과 받아버린 66.이로 인해 패도 지고 바둑도 일거에 밀리기 시작했으니 프로들이 속으로 "이창호가 왜 이럴까" 하고 시름에 잠긴 것도 탓할 수 없는 노릇이다.

바둑은 흐름을 귀하게 여긴다. 그런데 60과 66의 확연한 불일치는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이창호란 사람은 아직도 많은 것이 장막으로 덮여있다.

그에겐 분명 초인적인 힘이 있어서 어떤 때는 361로 저편의 딴 세상에 응원군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그 이창호도 가끔은 361로의 미로에 빠져 길을 잃고 헤맨다.

마샤오춘은 오랜만의 승리에 흠뻑 취한 모습으로 전화통에 매달려 있었다.

중국 측 관계자들도 얼굴이 환하게 피었다. 승리란 이렇게 좋은 것이다 (67=57, 80=64, 81=62, 119=105). 159수 끝. 흑 불계승.

박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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