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현 100일 연속 라이브무대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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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국내에서 한 가수의 라이브무대 최장 기록은 30일. 95년 8월 한 달간 1천회 공연기록을 달성한 김광석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케이스고 대부분은 3~5일 정도다. 양희은.이은미 등 관록있는 라이브가수도 20일 미만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려 1백일 연속 공연을 펼치겠다고 나선 가수가 있다. '한송이 저 들국화처럼' '재회' '이별' 등 히트곡을 고급스런 목소리로 불러온 중견 발라드가수 박광현. 2월9일부터 4월5일까지 서울 대학로 충돌 소극장 (02 - 539 - 0303)에서 56일간 1차 무대를 펼친다. 이어 지방과 서울을 순회하며 나머지 44일을 채우겠다는 계획. 국내가수 초유의 장기공연이다.

음반 홍보를 위해 1회성 무대를 갖는 수준에서 벗어나 공연을 가요 문화의 핵심으로 자리잡게 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라고 한다. 성공하면 가요계에 장기공연 붐이 일 것이고 가요 수준도 향상될 것이다.

박광현은 지난해 가을 오랜 공백을 깨고 낸 5집에서 '인생' 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있다. 그러나 워낙 장기공연인 만큼 거창한 출사표와 달리 도중하차로 끝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들국화의 전인권이 6개월 연속무대를 계획했다가 한달 만에 중단한 사례가 있다. 장기공연은 가수의 체력.정신력상 버티기 힘들고 수지타산도 맞추기 어렵기 때문.

이에 대해 박광현은 "꾸준히 밀면 승산이 있다. 또 반년동안 매일 2시간씩 등산하며 체력도 길렀다. " 고 잘라말한다. "지난 연말 대학로에서만 60개 무대가 경쟁적으로 열렸지만 성공한 것은 별로 없다. 성수기에만 공연하는 현실이 가요계를 위축시킨다. 비성수기에 소신껏 무대를 지키면 차츰 공연문화가 정착될거란 신념에서 한다. " 는 것이다.

"마침 방송에서도 립싱크 위주의 10대 쇼가 줄어들고 라이브 위주의 본격프로가 각광받고있다. 이런때 장기공연을 밀고나가면 공연문화 조성에 큰 힘이 될 것" 고 덧붙인다.

장기공연인 만큼 거품을 최대한 빼고 음악에만 집중하는 무대로 꾸밀 계획. 1백석 규모의 소극장을 택했고 드럼.베이스등 요란한 악기도 배제한다.

가수 혼자 통기타를 메고나와 대화하듯 노래하고 그뒤에 첼로.기타 한대씩만 배치해 분위기를 돋굴 계획. 특히 첼로는 박광현의 애절한 목소리를 특유의 슬픈 음감으로 감싸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레퍼토리는 '인생' '재회2' 등 5집 수록곡과 과거 히트곡, 그밖에 '풍경화속의 거리' '슬픔을 위한 준비' 등 은근히 사랑받는 히든트랙들이 연주된다.

공연을 위해 4개월간 맹연습했다는 그는 "관객 1명이 오더라도 세련되고 따스한 공연을 보여주겠다" 고 다짐한다.

장기공연인 만큼 주말에는 특별 이벤트도 마련된다. 재즈피아니스트 이영경과 임종윤이 번갈아 반주를 하고 퍼커션의 1인자 정정대도 참여, 한층 흥겨운 무대를 꾸민다. 매일 바뀌는 게스트도 김건모 등 화려한 진용을 자랑한다. 특히 절친한 선배가수 조덕배는 1주에 2번씩은 얼굴을 비칠 계획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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