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日등교거부 네트워크 대표 오쿠치 게이코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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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일본에서 초.중.고생의 등교 거부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교내 폭력.이지메 (집단 따돌림).규격화된 벽돌찍기식 교육을 견뎌내지 못해 거리로 뛰쳐나온 학생들이 부쩍 늘고 있다.

문부성 집계에 따르면 학교가 싫다는 이유로 연간 30일 이상 결석한 초.중.교의 등교 거부자는 97년 처음으로 10만명을 돌파했다.

'등교 거부를 생각하는 전국 네트워크' 오쿠치 게이코 (奧地圭子.57) 대표는 이들 등교 거부생들의 '대모' (代母) 다.

지난 83년 도쿄 (東京)에서 이 모임을 결성한 이래 등교 거부 상담, 정보교환, 세미나.집회 개최, 배움터 제공 문제로 눈코 뜰 새가 없다.

"문제해결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대안을 모색한 점, 언론등의 지지를 받은 점이 성공의 비결이었습니다. '학교 외의 배움터에 나와도 출석으로 인정한다' 는 92년 문부성 통지는 큰 수확중 하나지요. "

그녀는 "현재 모임에는 73개 단체 2만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고 말한다.

그녀는 또 등교 거부생의 배움터인 '도쿄 슈레' 의 대표와 '부등교 (不登校) 신문' 편집국장도 맡고 있다.

1인3역이다.

도쿄 슈레는 85년 기타 (北) 구에 이어 최근 오타 (太田).신주쿠 (新宿) 구에도 개설해 8~18세의 학생 2백여명이 '등교' 하고 있다.

자원봉사자 등 20명이 교육을 맡는 이곳에서 학생들은 요리.악기 연주.외국어.음악 감상 등 수업 내용을 스스로 정한다.

출석.결석도 자유. 연간 예산은 약 1억엔 (10억원) 으로 대부분 책자 판매.바자 수익금으로 충당하지만 학부모로부터 월 4만5천엔의 회비를 받고 있다.

지난해 6월 창간한 '부등교 신문' 은 등교 거부와 폭력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격주간지로 호평을 받고 있다.

오쿠치 대표는 "지바 (千葉) 현의 초등학교 교사 재직 때 초등학생이던 아들이 이지메를 당해 학교 가기를 두려워하면서 학부모회를 만든 것이 모임 결성의 계기가 됐다" 며 "학교 외의 배움터에 대한 당국의 보조금 제도가 생기도록 추진하겠다" 고 강조했다.

도쿄 = 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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