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상담사 수료직전 다시 본드흡입 20대에 선처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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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5년 방황 끝에 이제 겨우 삶의 목표를 찾았는데…1년 후 제가 다시 약물상담가로 일할 수 있을까요. " 자신을 신고했던 어머니 (59) 손을 꼭 잡으며 김선일 (金善一.29) 씨는 복받치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약물중독 경험자로서는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약물남용상담 전문가인 金씨는 약물남용 전과 8범. 그는 지난달 21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본드를 흡입했다는 이유로 다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소식에 한국약물상담가협회는 '범죄자가 아닌 환자' 로 金씨를 선처해달라고 최근 청와대 등에 탄원서를 보내는 한편 약물남용 사범의 사법처리 개선안을 정부에 요청했다.

부모의 이혼으로 방황하던 金씨는 중학생 때 본드를 택했다.

21세 때 처음 본드흡입으로 교도소에 들어간 이후 8년 동안 모두 여섯차례에 걸쳐 5년6개월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이런 金씨가 약물남용상담 전문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치료과정을 모범적으로 마친 金씨를 약물병동과장이 이화여대 평생교육원 약물남용상담 전문가과정에 등록시키면서 부터다.

지난해 7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주최하는 청소년 약물남용 예방 전국순회 강연에 보름동안 강사로 초청됐을 정도로 金씨는 약물남용상담 전문가로 활약했다.

그러던 중 전문가과정 수료를 한달 앞둔 지난해 11월 20일.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마신 술에 취해 그는 자신도 모르게 본드를 들이마셨다.

아들이 다시 본드에 손을 댔다는 사실에 실망한 어머니는 아들을 타일러 달라며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金씨가 전과자라는 사실을 알고 '환자가 아닌 범죄자' 로 입건해 버렸다.

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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